《L의 운동화》(김숨 지음, 민음사 펴냄)
독자와의 만남 후기(6월 22일, 이한열 기념관)
‘달콤한 작업실’ 최예선 작가의 진행, 이한열 운동화를 복원한 김겸 박사의 강의, 그리고 《L의 운동화》를 쓴 김숨 작가와 김겸 박사와의 대화로 이어졌다. 다음은 정확한 인용은 아니고 '내 맘대로’ 대충 요약한 것(그러므로 어떤 부분은 나의 비약이거나 바람일지도).
1. 이야기는 복원되기도 하고 새롭게 탄생하기도 한다. 거듭남의 동력은 당신에게 있다. 무릇 역사는 그렇게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당신을 통해 미래로 흐른다.
2. 김겸 박사는 보존/복원의 과정과 가치에 대해 강조했다. 무엇을 보존/복원하는가? 오늘날 재화적 가치가 유일의 가치로 측량되지만, 보존/복원의 지향은 그 너머를 향한다. 그것은 망각으로부터 기억을 지켜내는 것이며, 세월을 증언하는 것이며, 과거의 사람을 오늘 다시 만나는 것이다.
3. 보존/복원의 가치는, 어쩌면 과정에서 발견된다.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유물에 입혀지는 것이다. 유물의 역사적 가치, 혹은 예술적 가치는 그즈음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로 발화된다. 김겸 박사는 이한열의 운동화를 복원했고, 김숨 작가는 그 복원의 과정을 소설로 발화했다.
4. 수학과 화학 기술은 보존/복원 과정에 복무한다. 그리고 그 기술이 발휘된 이후, 숙성과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다. 복원가는 그 시간을 오롯이 견딘다.
5. 이한열의 삶이 멈추는 순간, 그는 역사가 되었다. 그 역사가 잊힌다면 그의 삶도 사라진다. 그 역사를 보존/복원한다면 그의 삶은 계속된다. 운동화의 뒤꿈치 주름은 그의 삶을 증언한다. 운동화의 복원은 그의 삶의 복원이다.
6. 운동화의 밑창은 세월에 허물어져 겨우 세 조각만 남았을 뿐이다. "복원이 불가능한 지점들이 존재한다.”(256쪽) 그러나 김겸 박사는 복원의 불가능성을 애써 부인한다. 복원의 세부 전술은 변주될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처음부터 가늠하고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이 부분은 사회자의 질문에 김겸 박사가 답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 제약 때문에 충분히 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소설 속의 '불가능한 지점'은 복원가에겐 기필코 달성해야 할 가능성의 지점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난 그 의지로, 그 답변을 읽었다.)
7. 김숨 작가는 이한열의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는 복원의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지혜로운 선택이다). 소설 속 사람들은 저마다의 불행을 짊어지고 산다. 운동화의 훼손은 이한열이란 역사의 망각을 은유한다. 28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한열의 역사를 지켜내지 못한 이 사회는, 그리고 사람들은 그 세월만큼 파괴되고 훼손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이한열의 훼손된 운동화는 지금 우리의 삶까지도 은유한다. 그리하여 복원 프로젝트는, 이한열의 운동화와 더불어 우리의 존재까지도 품어낸다.
8. 김숨 작가는 이번 소설 이후 시야가 더 넓어졌다고 말한다. 이한열의 서사는 그의 시선을 확장시킨다. 그로테스크한 상징의 서사를 통해 개인적 삶에 부유하는 불안의 징후를 포착하던 이전의 작품들과는 달리, 이번 소설은 추상이 아닌 구체화된 역사의 현장을 소환하며 복원 이후를 소망한다. 이전 작품은 모두 자신의 통제하에서 쓰여졌지만, 이번 작품은 그럴 수 없었다고 한다. 함께 쓴 작품이기 때문이다.(나는 김숨 작가를 좋아하고 그의 이전 작품들을 좋아한다. 그의 소설은 내 속의 근원과 나를 둘러싼 부조리를 위태롭게 대치시킨다. 이한열의 운동화 복원 프로젝트를 그가 소설로 쓴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참 반갑고 기대가 되었다.)
9. 김겸 박사는 얼마 전 세월호 기억저장소에 다녀왔다고 한다. 도울 일이 없을까 묻기 위해서였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아이들의 젖은 유품들이 방치되어 있다고 한다. 그 아이들의 유품들을 보존하고 복원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단다.
10. 이한열은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작가는 독자에게 그것을 바란다. 우리도 이한열처럼 그러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의 운동화처럼 우리도 복원될 수 있기를. 복원의 가치는 과정 속에서 발견된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1. 이야기는 복원되기도 하고 새롭게 탄생하기도 한다. 거듭남의 동력은 당신에게 있다. 무릇 역사는 그렇게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당신을 통해 미래로 흐른다.
2. 김겸 박사는 보존/복원의 과정과 가치에 대해 강조했다. 무엇을 보존/복원하는가? 오늘날 재화적 가치가 유일의 가치로 측량되지만, 보존/복원의 지향은 그 너머를 향한다. 그것은 망각으로부터 기억을 지켜내는 것이며, 세월을 증언하는 것이며, 과거의 사람을 오늘 다시 만나는 것이다.
3. 보존/복원의 가치는, 어쩌면 과정에서 발견된다.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유물에 입혀지는 것이다. 유물의 역사적 가치, 혹은 예술적 가치는 그즈음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로 발화된다. 김겸 박사는 이한열의 운동화를 복원했고, 김숨 작가는 그 복원의 과정을 소설로 발화했다.
4. 수학과 화학 기술은 보존/복원 과정에 복무한다. 그리고 그 기술이 발휘된 이후, 숙성과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다. 복원가는 그 시간을 오롯이 견딘다.
5. 이한열의 삶이 멈추는 순간, 그는 역사가 되었다. 그 역사가 잊힌다면 그의 삶도 사라진다. 그 역사를 보존/복원한다면 그의 삶은 계속된다. 운동화의 뒤꿈치 주름은 그의 삶을 증언한다. 운동화의 복원은 그의 삶의 복원이다.
6. 운동화의 밑창은 세월에 허물어져 겨우 세 조각만 남았을 뿐이다. "복원이 불가능한 지점들이 존재한다.”(256쪽) 그러나 김겸 박사는 복원의 불가능성을 애써 부인한다. 복원의 세부 전술은 변주될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처음부터 가늠하고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이 부분은 사회자의 질문에 김겸 박사가 답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 제약 때문에 충분히 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소설 속의 '불가능한 지점'은 복원가에겐 기필코 달성해야 할 가능성의 지점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난 그 의지로, 그 답변을 읽었다.)
7. 김숨 작가는 이한열의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는 복원의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지혜로운 선택이다). 소설 속 사람들은 저마다의 불행을 짊어지고 산다. 운동화의 훼손은 이한열이란 역사의 망각을 은유한다. 28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한열의 역사를 지켜내지 못한 이 사회는, 그리고 사람들은 그 세월만큼 파괴되고 훼손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이한열의 훼손된 운동화는 지금 우리의 삶까지도 은유한다. 그리하여 복원 프로젝트는, 이한열의 운동화와 더불어 우리의 존재까지도 품어낸다.
8. 김숨 작가는 이번 소설 이후 시야가 더 넓어졌다고 말한다. 이한열의 서사는 그의 시선을 확장시킨다. 그로테스크한 상징의 서사를 통해 개인적 삶에 부유하는 불안의 징후를 포착하던 이전의 작품들과는 달리, 이번 소설은 추상이 아닌 구체화된 역사의 현장을 소환하며 복원 이후를 소망한다. 이전 작품은 모두 자신의 통제하에서 쓰여졌지만, 이번 작품은 그럴 수 없었다고 한다. 함께 쓴 작품이기 때문이다.(나는 김숨 작가를 좋아하고 그의 이전 작품들을 좋아한다. 그의 소설은 내 속의 근원과 나를 둘러싼 부조리를 위태롭게 대치시킨다. 이한열의 운동화 복원 프로젝트를 그가 소설로 쓴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참 반갑고 기대가 되었다.)
9. 김겸 박사는 얼마 전 세월호 기억저장소에 다녀왔다고 한다. 도울 일이 없을까 묻기 위해서였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아이들의 젖은 유품들이 방치되어 있다고 한다. 그 아이들의 유품들을 보존하고 복원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단다.
10. 이한열은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작가는 독자에게 그것을 바란다. 우리도 이한열처럼 그러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의 운동화처럼 우리도 복원될 수 있기를. 복원의 가치는 과정 속에서 발견된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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