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슬라브 볼프의 <알라>(IVP, 2015)를 '보았다'.
(잠시 서점에서 훑었을 뿐이므로 읽었다고 할 수 없다. 대충 보았으므로 아래 내용에 시비 걸지 마시라.)
1.
화해의 신학자 볼프는 이 책에서 기독교와 무슬림이 예배하는 신은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다만 두 종교가 서 있는 자리가 다를 뿐이다. 볼프는 두 종교의 신학이 아닌, 두 종교의 해석의 층위를 말하고 있으며, 그 간극에 대한 '정치신학'적 화해를 도모한다. 정치신학은 해석자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한 규명이자 테제라 하겠다. 그렇게 이 책은 기독교와 무슬림의 화해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2.
신학의 가능성은 본질에 가닿는 것이다. 하나님, 예배자, 그리고 타자의 본질에 닿는 것이다. 그것은 곧 사랑일 것이다.
3.
신학의 실패는 결코 본질에 닿지 못하는, 관념의 습속으로 귀결된다. 배척으로 관념의 우위를 쟁취한다. 한국교회의 실패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4.
신학의 차이는 당연하다. 존재론의 입증은 불가하고, 다만 인식론의 가능성만 있을 뿐이다. 삼위일체의 이해는 불가하나, 그분의 삼위일체적 현현을 신앙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5.
볼프는 기독교와 무슬림이 공유하는 신학의 핵심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6.
그러나 볼프의 주장은 강자의(혹은 가해자의) 윤리일지도 모르겠다. 기독교와 무슬림의 차이점을 신학의 층위에서만 논의한다면, 그것은 '반쪽'짜리가 아닐까. 미국와 아랍,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힘의 쟁투가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평화가 거세된 곳에서 사투하는 이들의 종교와 거대 미국의 종교는, 신학의 논의가 아니라 정의의 투쟁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정치신학이 아니라 정치다. 따라서 이 책은 '반쪽'의 모색이다('반쪽'이 어딘가! 이건 칭찬이다!).
7.
볼프의 무슬림 해석엔 간혹 갸웃했다. 피상적인 것 같아서. 무슬림으로 태어나고 자랐으나 9.11 이후 무슬림을 떠난 '이단자' 아얀 히르시 알리의 책 <Heretic: Why Islam Needs a Reformation Now>(2015)이 곧 책담에서 번역될 예정이다. 히르시 알리는 이 책에서 현재의 무슬림 신학을 비판하며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무슬림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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