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빗줄기에 우울이 내려앉을 때, 섬세하지 못한 언어가 육체의 피곤을 핑계로 당신의 마음을 할퀼 때, 누군가 무심히 던졌던 말이 가슴의 체증으로 박힐 때, 미처 처리하지 못하거나 혹은 이루지 못한 일들로 얽힌 불면의 한밤을 서성일 때…
우리는 사소한 것에 마음이 무너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오랫동안 피로와 통증, 오해와 억울함, 포기와 좌절, 상처와 슬픔이 퇴적되고 적루된 삶의 울음과도 같을 것이다. 늘 괜찮다고 말했던 남자도, 꿋꿋하게 버티던 여자도, 투명에 가까운 마음을 가졌을 것 같던 열 살 아이라고 할지라도, 문득 작고 소소한 일상의 균열을 부여잡고 울음을 터뜨린다. 당신 때문에 우는 게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당혹스럽다.
그런 울음을 마주할 때, 차마 울지 못해 더욱 견고한 우울을 목격할 때, 우리는 왜 사소한 것에 그렇게 반응하냐고 타박해서는 안 된다. 도대체 너의, 나의, 우리의 문제가 무엇이냐고 추궁해서도 안 된다. 해명되지 않는 울음의 이유를 묻는 대신, 다만 그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끝내 당신을 선택하는 것, 오직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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