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풍이란 경험이 쌓여 만들어진 습관이며 가치관이자 확신의 반영이다."
"누가 오 팀장을 낭만적이라 하는가, 생존 자체를 원하는 사람이다." (이상, <미생> 130수)
만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요즘의 나를 부러워 한다. 여기저기 기고한 글이나 강의하는 것을 '활약'으로 평가하고, 그 엄중한 행위로 나의 존재감이 "돋보인다"고 칭찬한다. 거기다 '낭만적인 프리랜서'라고, 자신들의 샐러리맨 인생을 부러 대비시키며 '부럽다'고 한다. 그런 경우, 난 대체로 그저 웃으며 듣는(척 하는) 편이다.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의 현실은 비루하다. 하고 싶은 것만 하는 프리랜서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프리랜서를 계속 할지 고민하면서도, 나같이 홀로 버는 가장으로선 고민 그 자체가 사치인 것만 같다. 그래서 지금은, 그 고민마저 '유보' 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 중 극히 일부는, 나의 위기를 정확히 진단하고 직면한다. 그래서 '프리랜서'와 '이직'의 경계에서 망설이는 나를 불러 속마음을 묻고 다독이고 자극한다. 이들을 만나는 건, 불편하다. 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마음에 감동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미생>의 '오 팀장'처럼, 나도 생존 자체를 원한다. 프리랜서의 비루함을 견디기 위해, 필사적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흔적을 남긴다. 하고 싶은 욕망이 해야 하는 밥벌이의 숙명까지 기꺼이 수행하길 바란다. 다만 그러할지라도, 바둑판의 인생들처럼, '오 팀장'처럼 기풍 있는 인생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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