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_

이직移職

Soli_ 2015. 6. 22. 08:13

책담, 안녕

_2015년 6월 12


책담을 만들던 시간들과 책담이란 이름으로 책을 만들던 시간들에게, 이곳에서 만들었던 책들과 만들고 싶었으나 만들지 못한 책들에게, 한 권의 책을 마감한 직후 습관처럼 카페 트위드를 찾아 듣던 비틀즈의 노래들에게,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어 홀로 호사를 누리던 제인버거의 손맛들과 종종 황홀경에 빠뜨리던 망원시장 떡볶기집들의 유혹들과 시장 한 모퉁이 2000원짜리 칼국수의 후한 인심들에게, 가장 먼저 봄을 알리던 성미산의 꽃들과 내 가슴속 슬픔을 아우르던 한강변에 살던 조용한 바람들에게, 확신이 아닌 질문을 벼릴 수 있도록 보듬던 절두산과 양화진의 숭고한 죽음들에게, 지치고 외롭고 고달플 때 나를 위로하던 우정의 사람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전한다. 책담과 망원,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들, 안녕.






새로운 곳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_2015년 6월 22


이제 두세 걸음 내딛은 '생각의힘'이라는 작은 출판사입니다. 무엇보다 '좋은 책'을 마음껏 고민할 수 있는 곳이라서 선뜻 함께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행동하는 삶(vita activa)과 성찰하는 삶(vita contemplativa) 사이의 간극을 매우는 사유의 책을 꿈꾸며, 한나 아렌트의 굳센 신념을 다시 붙잡고자 합니다.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 것은 인간의 도덕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가치와 권리를 억압하는 사회-정치적으로 구조화된 악에 대한 저항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窓_'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명되지 않는 울음의 이유를 묻는 대신  (0) 2016.04.21
세월호 2주기  (0) 2016.04.16
새해 다짐  (0) 2016.01.03
Y에게  (0) 2015.04.03
  (0) 2014.01.24
강신주 유감 혹은 변호  (0) 2014.01.23
안해용 목사님 사임 예배 단상  (1) 2013.11.25
페이스북 단상_2013/04/04-04/30  (0) 2013.10.27
'주경'이 쓴 내 소개 글  (0) 2013.06.05
"누가 오 팀장을 낭만적이라 하는가"  (0) 2013.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