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에게,
무의식은 내 안에 깃든 타자의 흔적이고
타자를 향한 사랑을(또는 그 사랑이 유실된 흔적을)
탐구하는 것이 정신분석의 본령이라면,
가장 치열했던 사랑의 슬픔이 오히려
가장 무심하고도 심상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생각하는 시간이었지, 내게는.
그리고, 그렇다면, 과연 무의식을 탐사하여 그것에 닿는 것은 가능할까,
다시 말해, 타자에게, 그 열렬한 사랑에
우리는 얼마만큼이나 닿을 수 있을까 묻고 의심하는 시간이었지.
확신이나 불신의 확정적 단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만족해.
밤새 비바람이 창을 때리고 창밖에 번개에 번쩍했는데,
예지가 무서워서 잠을 못자더라.
그래서 옆에 누워 소리와 빛의 간극을 헤아리기 시작했어.
번개가 치고, 하나, 둘, 셋...일곱, 우르르쾅쾅.
번개가 치고, 하나, 둘, 셋...일곱, 우르르쾅쾅.
'우르르쾅쾅'은 우리 목소리로, 점점 큰 목소리로...
그러다가 예지는 까르르 웃으며 잠들었지.
소리의 속도와 빛의 속도를 감히 헤아릴 수 없지만,
그 신비는 헤아릴 수 있는 것 같아. 신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
오늘 나의 하루는 그 다짐으로 시작해.
그대의 행복을 빌어,
오늘 하루도 그 빛나는 미소로 행복하시길.
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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