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현서
8주차를 지나, 그리고 이틀이 지났다.
9주차에 접어들면, 몸은 3등신으로, 얼굴, 다리, 팔이 자라고
심장, 신장, 간 등이 생성되며, 얼굴엔 눈, 코, 입, 귀 등이 자리잡는다.
불과 4주전에는 하나의 점이었는데, 2주전에는 조그만 동그란 원 안에
심장만 별처럼 깜빡거렸는데, 오늘은 제법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생명에의 감격은 눈부시다. 그런데.
새로운 생명이 우리들 사이에 있지만, 그 생명의 체온을 느끼기엔
나의 가슴이, 온갖 감각들이 너무 게으르거나 순수하지 못했었나보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현서를 느끼지 못하고, 충분히 감사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자꾸만 눈물이 난다. 저녁, 아내 안보이는 곳에서 숨죽여 울었는데,
또 이렇게 눈물이 난다. 지독한 고통, 그리고 아픔은 기어코 내 존재를 뒤덮는다.
오늘 그 어느 때보다 현서가 가깝게 느껴진다.
현서의 존재가 이렇게 눈물겹도록 고맙고, 사랑스러운지.
언젠가 현서를 만날 수 있다면, 이 사랑 알게해준 것에 정말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사랑해, 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