霓至園_/rainbow_ 121

아이의 희망과 나의 슬픔

아빠, 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밤새 예지의 섣부른 다짐이 아른거렸다. 어른이 되고픈 저 아이는, 어른이 된 세상에서는 더욱 자유로울 것이라고, 지금의 두려움은 아무것도 아닐 만큼 단단해질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에게 무엇을 말해야 할지 망설이다 그냥 웃고 말았다. 웃고는 있으나 짐짓 미안하고 슬펐을 것이다. 그런데 문득 섣부른 것은 저 아이의 다짐이 아니라 나의 슬픔이 아닐까란 생각에 다다를 즈음, 아침을 맞이하였다. 오염되지 않은 바람이 나를 오래 기다려 맞이한 아침, 아득한 시선 넘어 저 바람의 나라엔 굳센 순수의 아이만이 살아남는다는 오랜 전설이 기억난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은 나도 저 아이처럼 이 세상을 좀더 굳세게 살아야겠다고, 순수의 시절에 꿈꿨던 어른으로 도약하고 싶다고 ..

霓至園_/rainbow_ 2015.06.02

예서는 최고의 걸작품

이번 주는 계속 야근이다. 예서는 그저께 아빠한테 전화해서 야근한다고 버럭 화를 냈고, 어제는 왜 계속 야근하냐고 울먹였고, 오늘은 회의하느라 전화를 받지 못한 아빠에게 영상을 남겼다. (버럭 영상인 줄 알았으나) "나는 엄마아빠가 만든 최고의 걸작품이다. 최고의 걸작품이니까 무엇이든지 당당하게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하고 외치는 씩씩한 예서를 보니 오늘의 설움도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다.

霓至園_/rainbow_ 2015.04.30

예지의 첫 번째 이메일

아홉 살 예지가 아빠에게 메일을 썼다. 이메일 계정을 만들어 주었는데, 제대로 된 첫 번째 메일을 아빠에게 보낸 것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을 거의 금지하고 있는 까닭에, 다른 아이들보다 한참 느리다. 여섯 줄 메일을 쓰는데 더듬더듬 독수리 타법으로 거의 30분이 걸렸다. 그러나 느린 걸음에 더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누리고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교회를 갈지 물으며 "두근두근 아빠의 선택은?"하고 덧붙이는 센스도 감동이고, 집안의 권력 서열을 제대로 숙지하고 '모르면 엄마한테 물어보고 알려 달라'는 그 눈치도 감동이고, "아빠 사랑해!"로 맺는 그 마음도 감동이다. 이제, 답장을 써야겠다. 고맙다, 딸.

霓至園_/rainbow_ 2015.04.07

여백과 구도

고독했던 시절 필름카메라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필름카메라이어서 찰나를 허비하지 않는 지혜를 배웠을 것이다. 근원과 현상에 대한 의문과 갈망으로 필사적으로 사진을 찍던 시절이 있었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 다음에야 구도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여백이야말로 피사체를 돋보이게 한다는 것, 미처 의식하지 않는 환희의(혹은 슬픔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추억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진을 찍어주신 분께 감사한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다.

霓至園_/rainbow_ 2015.03.27

마음까지 담아내는 사진

저 때 아이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상상하게 하는 사진들이다. 우리와 잠시 떨어진 아이들을 돌보던 분들이 찍어주신 사진들이다. 어떤 사진은 우리의 가슴이 무엇인가를 더 헤아리게 한다. 저 사진을 찍는 이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하고. 아이들의 행복을 담아내는 그 곡진한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우리 마음마저 살며시 웃음 짓게 되는 것이다.

霓至園_/rainbow_ 2014.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