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페이스북에 남긴, 'IVP 퇴사'를 밝힌 최초의 글입니다. 제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 중 가장 많은 분들이 '좋아요'를 눌러주시고 '덧글'을 달아주셨고, 많은 분들께서 메일과 편지를 주시거나 찾아오셨습니다. IVP에서 보낸 9년 1개월의 시간이 그저 덧없이 흐른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아 위로가 되었습니다. 마음을 만져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IVP에서 9년 조금 넘게 일했는데, 제 책상은 언제나 지금 풍경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떠난 후엔 이 자리가 많이 그리울 것 같아요. 그래서 저의 책상을 사진으로 담아보았습니다. 몇 달 전 자리 옮기기 전엔 좀더 근사했는데, 그때 사진을 남겨둘 걸 그랬습니다.
맥북을 애플시네마 모니터에 연결해서 씁니다. 개인 일이건 업무건 모두 이 맥북으로 해결합니다. 아이패드는 원고를 보거나 회의록, 일정 관리 등 업무 용도로 쓰기도 했지만, 전에는 사무실에서 음악 들을 때 많이 썼습니다. 자리를 옮긴 후로 거의 음악을 듣지 못했지요. 스피커는 JBL을 씁니다. 오디오 매니아분들껜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제 막귀엔 재즈와 클래식에 제법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길승의 노래를 듣습니다. <그대 같은 노래>가 참 좋습니다. 오늘, 저를 위한 노래 같아요.
"삶은 서럽고 쓸쓸한 길. 그러나 혼자 가는 길이 아님을 살면서 배웠지. 내게도 좋은 친구가 있다는 걸 난 알게 되었지. 삶은 믿음과 도전의 길. 사는 게 어려우면 어려운 거지. 부딪혀 보라고, 일어나 이제 너의 길을 가라고 친구는 말했지."
책상 왼쪽 보드판엔 업무랑 상관없는, 하지만 저의 용기를 북돋는 글귀들이 잔뜩 붙여놓았습니다. 특히 동료들이 준 손글씨 메모, 캠퍼스에서 받은 카드와 엽서 들, 그리고 제 아내와 아이들 사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밑엔 제가 곁에 두고 읽는 책들이 꽂혀 있습니다. 몇 권만 말씀드리면,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비평 이론의 모든 것><녹색 성서 묵상><백석 시집><성서의 문을 여는 마음><김예슬 선언><혜셀의 슬기로운 말들><사람만이 희망이다><일일일생><팡세><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The Book of Common Prayer><청년도록> 등 제법 많이 꽂혀 있군요. 그 옆엔 해마다 만드는 저희 가족 사진 달력이 있습니다. 일 년에 한 번씩 만드는데, 우리 가족의 작은 역사이지요.
잡지 몇 권도 놓여 있습니다. 제가 회사의 홍보 담당자였기 때문에, 주요 매체 월간지, 신문은 빠짐없이 보는 편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복음과상황><기독교사상><시사인><기획회의>는 꼼꼼히 챙겨 본답니다. 어지간한 책들보다 이 잡지들이 훨씬 좋습니다. 정기구독하세요.
책상 유리 밑엔 2008년 IVF 전국수련회 단체사진이 들어있습니다. 전 '비 IVF 출신' IVPer이지만, IVF를 무지 사랑합니다. 앞으로 IVPer는 아니겠지만, IVFer인 것처럼 말하고 다니려고요.(ㅋ) 사랑하는 이지혜 양의 손글씨가 들어간 엽서와 일상생활사역연구소가 만든 기도 엽서 <독서의 영성을 생각하며 드리는 기도>, 존 스토트의 그림 엽서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오른 편 벽엔 구럼비 사진을 붙여놓았습니다.
모니터 앞엔 "호타루" 커피가 놓여있군요. 제가 휴가이거나 출장 때면, 호타루 사장님이 저를 꼼꼼히 챙겨주셨어요. 동료들은 모르는데 호타루 사장님은 아셨죠. 어디 아픈지, 힘든지, 외로운지. 홍대를 떠나면 많이 그리울거에요. 그만둔다는 이야기도 안 했는데, 오늘도 뭔가 눈치 채시곤 인형 하나를 선물해주셨지요. 그저 고마워요, 호타루 사장님.
토요일 오후, 회사에 나왔습니다. 업무 인계할 것도 정리하고 저녁엔 시청광장에도 가야 해서요. 23일까지만 IVP에서 일합니다. 왜 떠나는지, 언젠가 속에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가 있겠지요. 다만 오늘은, 이 자리, 나의 자리를 추억하고 싶었을 뿐이랍니다. 이제 일해야겠어요. 저 보고 싶은 분들은 "평화" 북콘서트 때 오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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