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아픔의 신학( 기다모리 가죠 지음|박석규 옮김|양서각|1987)
교회 3.0_본질과 사명을 되찾는 교회의 재탄생(닐 콜 지음|안정임 옮김|스텝스톤|2012)
하나님은 복으로 장사하지 않으신다(조너선 윌슨하트그로브 지음|최요한 옮김|홍성사|2012)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존 러스킨 지음|김석희 옮김|열린책들|2009)
청춘을 읽는다_강상중의 청춘 독서노트(강상중 지음|이목 옮김|돌베개|2009)
다카페 일기 3_행복이란 분명 이런 것(모리 유지 지음|권남희 옮김|북스코프|2012)
1. 독서 노트의 규칙에 대한 사족
출판사를 그만두고 나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신간을 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증정받는 책도, 신간을 직접 접하는 경우도 줄었다(신간 정보는 여전히 온라인을 통해 많이 입수한다. 로쟈 같은 서평가, 알라딘 박태근 MD 등이 글, 주요 매체에서 소개하는 시간을 우선 접한다. 그리고 주요 출판사와 각 온라인 서점에 올라오는 신간을 살펴본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MD의 선택을 믿지 말라는 것. 특히 기독교 분야 MD들의 선택은 사뭇 절망적이다. 그냥 매일 올라오는 신간 목록을 살피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 가장 아쉬운 것은 실물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매번 서점에 나가기도 그렇고 도서관에도 최신간은 만나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때문에 독서 노트 방식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직접 구입하거나 빌려 읽은 책이 제일 먼저, 그다음 각 출판사에서 리뷰용으로 보내주는 '소수' 신간을('증정용' 책도 좋은 책만 소개한다는 것이 원칙!), 그리고 그간 이미 읽고 소유하던 책 중에 최근 다시 리뷰한 '오래된 책'을 함께 소개하기로 한다. 어쩌면 그것이 좀 더 고급 정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란 확신으로 위안을 삼는다).
2. 나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책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그 목록에 이 책을 포함시킬 것이다. 로이드 존스에 한참 빠져 있던 1992년 봄, 당시 나의 지도교수님이 선물해주신 책이다. 근본주의 교회의 청교도적 전통에 길들여진 나에게 기다모리 가죠의 신학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일본에서 발발한 전쟁의 참혹한 비극을 성찰했던 기다모리는, 신학의 본질에서도 그 현실의 리얼리티를 찾으려 한다. 그는 루터의 신학을 따라 '진노하시는 하나님'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투쟁의 절정이 곧 구원이었다고 말하며, 궁극적으로 하나님은 자신의 아픔을 통하여 우리의 아픔을 해결해주신다고 보았다. 어떤 이들은 기다모리의 신학이 서구 신학이 간과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측면은 있으나,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우위에 두는 것은 오류에 가깝다고 비판한다(심지어 하나님의 아픔을 강조했던 초대교회의 수난설이 이단으로 정죄받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간혹 시대의 비극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에 대해, 적어도 난 이해하지 못하는 신비의 영역이 있다. 온갖 불의와 비극에 대한 하나님의 침묵을 무엇으로 해석해야 하는지 아직도 나는 난감하다. 지금껏 나에게 가장 유력한 해석의 틀은 여전히 '하나님의 아픔의 신학'이다. 기다리모의 신학은 다른 무엇보다 실존적이다. 최근 이 책을 자주 꺼내어 읽는다. 무엇보다 하나님이 이해되지 않는 지금 이 땅의 현실, 그리고 나의 현실에 대한 물음 때문이다. 물음에 대한 응답은 "이해되지 않는 신비의 영역을 그대도 두라. 누구보다 그분이 아프시다"이며, 나의 적용점은, 그리하여 그 아픔에 동참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참고로 이 책은 이미 오래전에 절판되었다. 이 책보단 못하지만 비슷한 책으로 <아픔의 신학>(신준호 지음/한들)이 있다. 기다모리가 주로 신론을 다루었다면 이 책은 조직신학적인 완성도를 높이려고 했다. 어디선가 꼭 기다모리의 책을 되살려주시길!
3. <교회 3.0>. 이 책의 부제는 "본질과 사명을 되찾는 교회의 재탄생"이다. 거듭남의 산물이 교회이어야 하고, 그것이 결국 본질이고 사명일 텐데 제목은 왜 "교회 3.0"인가? 이 대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여태 거들떠보지 않았다(하긴 그런 면에서 "교회 2.0"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언제나 "교회 0.0"으로의 회귀이어야 한다. 그런데 난 다음 주 교회 2.0 워크숍에 간다. 흠!). 저자는 교회 1.0을 '단순하고 가족적이지만 닫혀 있는 초대교회', 교회 2.0을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는 조직화/제도화된 교회', 교회 3.0은 '본질이 아니면 무엇이든 해체할 수 있는 유기적 교회'로 정의한다(이런 분류도 사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초대교회의 닫힌 문은, 한편 철저한 제자도의 실현 때문이었다. 그리고 교회 3.0의 속성은 이미 교회 1.0 즉 초대교회의 것이기도 했다). 이 책의 전제들은, 적어도 나에게는 마음이 들지 않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여러 매력적인 유익이 있다. 아니 앞서 말한 몇 가지만 빼면 버릴 것이 별로 없는 책이다. 저자의 핵심 주장은 결국 "유기적 공동체의 실현"에 있다. 특히 3부의 "유기적 교회의 실제적 문제"는 매우 유익했다. 무엇보다 좋은 질문과 고민거리를 풍성하게 던져주는 좋은 책이다.
4. 유진 피터슨이 조너선 윌슨하트그로브를 믿으라 했다. 그래서 읽었고 흡족하다. 피터슨에 이어, 박삼종 님의 추천사면 이 책이 얼마나 좋은 책인지에 대한 더 이상의 설명은 과유불급!(내가 무지 좋아하는 박기호 신부님의 추천사도 있지만, 이번만은 박삼종 님의 승!)
"정사와 권세들은 이름이 드러나는 것을 꺼린다. 그래서 예수님은 귀신들을 만나면 '네 이름이 무엇이냐?'라고 물으셨다. 정사와 권세는 그럴듯한 환상을 들이밀어 사람들을 조종하고 지배한다. 우리에게 다른 삶에 대한 상상력이 빈곤하다면 제국이 우리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는 증거다. 현재 한국 교회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선물의 경제’라는 예언자적 상상력이다. 결혼, 출산, 육아, 교육, 의료, 먹을거리, 거주, 의료복지 등을 하나님 나라 선물의 경제에 기초해 자본의 욕망과 질서에서 놓음 받은 주체적인 벗-동무들의 연대다. 저자는 《하나님은 복으로 장사하지 않는다》에서 ‘하나님 나라 선물의 경제’를 말하고 있다. 이 경제는 경제학의 근본 전제인 희소성의 법칙을 부정함으로써 모든 경제 제도를 돌려세운다. 그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꿈꾸는 불온한 예수 혁명주의자들의 우정의 공동체에 이 책을 권한다."_박삼종(평화의마을공동체 대표사역자)
5. "이 책을 읽고 변호사 간디는 마하트마 간디가 되었다. 버나드 쇼는 가장 혁명적인 인물로 마르크스 대신에 이 책의 저자를 지목했고, 르 코르뷔지에는 자신의 세대 전체가 '그의 훈육 아래 놓여 있었다'고 고백했다. 윌리엄 모리스는 그의 책을 만들며 그의 사상이 구현된 세계를 그리워했고, 최초로 의회에 진출한 영국 노동당 의원들은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책으로 이 책을 꼽았다." 존 러스킨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나라에선 찬밥이다. 러스킨의 생애와 사상을 조망한 옮긴이의 친절한 해설이 유익하다. 러스킨은 기존 경제학이 '너무도 우발적이고 교란적인 요소'여서 논의에서 배제한 '애정'이야말로 경제학 최대의 변수라고 역설한다. '생명'을 가치의 유일한 척도로 놓는 그의 경제론에서는 정직, 도덕, 정의 등 인간의 정신적 가치들이 더 중시된다. 무엇보다 경제학 책이 이렇게 좋은 문장들로 쓰여도 되는 것인지, 읽는 재미가 가득하다. 느린걸음에서 2007년도에 출간되었으나, 열린책들에서 2009년도에 다시 출간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잘 팔리지 않는다. 언제 사라질지 모를 이 좋은 책을 반드시 손에 넣길 바란다.
6. <하나님은 복으로 장사하지 않는다>와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는 사실 <복음과상황>에 쓰려고 읽었는데, 아쉽게도 그러하지 못했다.
7. 강상중은 나의 선생이다. <고민하는 힘>과 지난 번에 소개한 <살아야 하는 이유>가 모두 좋은 책이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바로 이 책, <청춘을 읽는다>이다. 선생 강상중이 청춘을 견뎌내며 투쟁했던 사유의 흔적들인 까닭이다. 나에게도 청년 시절 끙끙대며 읽었던 책들이 있고, 당시 투쟁하듯 정리해 나갔던 사유의 노트가 있다. 강상중이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그의 청춘 노트는 장황한 독서 편력의 지적 위용을 자랑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닌, 그의 성장사와 더불어 한 시대에 대한 성찰을 담아내고 있다는 것에 있다. 로쟈 이현우의 해제가 부록으로 실렸다.
8. 맥락상 다소 생뚱 맞은 책으로 마무리한다. 난 종종 '이런 책'에 더 오래 머문다. '머문다'는 나에게 있어 최고의 독서를 표현할 때 쓰는 표현이다. 하루하루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일상이 벌써 10년의 세월이 되었고 세 번째 책으로 묶여 나왔다. 나는 RSS 기능을 통해, 그의 블로그 사진을 구독하지만 책으로 엮인 사진을 보는 감흥은 또 다른 결의 즐거움이 된다. 모리풍과 다짱 부부는 우리 부부와 동갑이다. 마치 친구같은 책이다. 책에 머물며 친구 집에서, 친구의 사소한 일상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맛본다. 정말이지 "행복은, 분명 이런 것"이다.
ⓒ다카페 일기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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