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15

때론 길을 나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박흥용, <호두나무 왼쪽 길로>)

대학가(2006년 9월호),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때론 길을 나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호두나무 왼쪽 길로(1-5권)/ 박흥용 지음/ 황매 펴냄 김진형 간사 누구에게나 ‘길’은 두려움이다. 그러나 미지의 영역 속에 숨겨진 그 무엇인가를 찾아낼 수 있다면, 길 위에 펼쳐질 곤하고 고독한 여정일지라도 그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길에 대한 감동을 고백하는 이는 대개, 인생의 의미를 찾은 사람일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작가 박흥용이 그런 사람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상복’도 박흥용을 닮아있다. 어렸을 적 돌아가신 아버지와 집을 뛰쳐나간 어머니의 부재 속에 홀로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와 함께 성장한 청년 상복은, 어느 날 자신의 운명을 평생 규정지을 것만 같았던 마을 언저..

기고_/대학가_ 2006.08.15

존재하는 것에의 행복, 그 푸르른 안식을 찾아 나서다 (공지영,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대학가 책 소개, “녹음의 안식” 존재하는 것에의 행복, 그 푸르른 안식을 찾아 나서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공지영 저/김영사 간) 김진형 간사 그녀에게 있어, 남아있는 최선의 선택은 자신의 영혼이 가진 오래된 갈망, 푸르른 안식을 찾아 떠나는 일이었다. 18년 동안 유물론자로 세상과 치열하게 부딪히며 살아왔고, 허기진 갈망을 냉소적인 언어로 풀어내었던 그녀. 몹시 피곤하여 지친, 회색 도시의 일상에서 그녀는 가끔씩 죽음에의 충동을 가졌다고 한다. 지옥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렇게 길을 잃었다고 한다. 80년대의 암울한 상처들은 그녀의 성공을 가능케 했던 문학적 모티브가 되었고, 또 그로 인해 눈부신 성공을 거둔 의식 있는 소설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지만 그녀의 가슴은 너무나 지쳐있었고 공허했다. ..

기고_/대학가_ 2006.06.06

'늦봄' 문익환을 만나자 (김형수, <문익환 평전> 외)

대학가(2006년 5-6월호), “시간 많은 봄날, 도전해보고 싶은 책” ‘늦봄’ 문익환을 만나자 『문익환 전집(12권)』(문익환 저/사계절 간)『문익환 평전』(김형수 저/실천문학사 간) 김진형 간사 아름다워야 할 우리의 봄날, 우리의 젊음은 무언가에 쏟아 부을 만한 가치를 필요로 한다. 젊음의 열정은 봄날의 감성 속에 그 무엇인가를 깊이 갈망한다. 그 갈망은 인생의 유희를 넘어 시대의 고민 속에, 그리스도의 피 묻은 복음 속에 갈 바를 찾아낸다. 내가 그랬다. 갈 길 잃은 젊음의 치기 어린 열정에 몸부림치던 94년 봄날, 지금은 절판되어 찾을 수 없는 문익환의 옥중서간집 『목메는 강산 가슴에 곱게 수놓으며』(사계절)를 읽던 감동은 아직도 선연히 남아있다. 그 뒤 『히브리 민중사』, 『꿈이 오는 새벽녘』..

기고_/대학가_ 2006.04.14

좀더 긴 호흡 속에 인생은 의미를 찾는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대학가 책 소개, “시험기간, 지친 두뇌를 쉬게 하는” 좀더 긴 호흡 속에 인생은 의미를 찾는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돌베개) 김진형 간사 시험. 시선을 한 곳에 집중하여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은 특권이기도 하지만, 고통이기도 하다. 한편 그것은 유혹이 되기도 한다. 시험을 통해 학문을 굳건히 세워 나갈 수 있음은 분명한 특권이지만, 그것은 자칫 타인과의 비교 속에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픈 유혹이 되기도 한다. 몰입 이후, 그것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집착하는 것은 옹졸함이다. 물론 세상은 그러하지만, 우리 인생의 가치는 훨씬 더 고귀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그 의미는, 짧은 시간의 몰입이 아닌, 좀더 긴 호흡 속에 찾아지는 것이다. 좀더 긴 호흡, 그리고 사색. 존재를 가두어 철저하게 제한하는 ..

기고_/대학가_ 2006.03.14

시작, 부르심의 소망을 따라 (쉐퍼, <쉐퍼의 편지>)

대학가_시작의 때에 읽어야 할 책 시작, 부르심의 소망을 따라 (프란시스 쉐퍼, ) 김진형 간사 시작(始作). 시작은 언제나 때마다 주어지는 관성화된 반복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것은 한편 다시금 허락되는 특별한 은혜일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영원의 가치를 믿고 그것에 반응하는 삶은 산다면, 더욱 그 시작의 때는 ‘부르심의 소망’(엡 1:18)을 따라 곧은 의지로 살아가게 하는 은혜이다. 쉐퍼는 나의 이십 대 젊음을 치열하게 만들었던 스승이었다. 그의 저작들은 세상을 보는 창(窓)이었고 숱한 고민 속에서도 결국 부르심을 따르게 만들던 용기가 되었다. 지금에서야 쉐퍼를 때로 비판도 하며 그를 짐짓 폄하(?)하기도 하는 불순함을 범하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나의 애정은 각별하다. 이번에 출간된 “쉐퍼의 ..

기고_/대학가_ 200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