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어야 하는 시가 있다. 모든 소리가 소멸된 시간에만 읽어야 하는 시가 있다. 설레임은 멀고 내 그리움의 시작은 어둠에 묻혀 지나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수십 겹 무게보다 무겁습니다 그리운 것은 당신 몸 속에 낸 무수한 나의 길입니다 길목마다 진달래 꽃물 번지고 길 끝 뫼봉 높아 백두며 묘향이며 온전한 설레임이었습니다 침엽수림 사이에 빛나던 깊이 모를 강물 위로 나 뗏목으로 누워 당신 기쁜 눈물 닿고 싶습니다 엇나간 불임의 세월 엮어도 그리움으로는 한 몸 아닙니다 첩첩한 설레임만이 당시과 나 하나이게 하는 빛입니다 김윤배, "설레임만이 당신과 나 하나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