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ap_ 33

김윤배, "설레임만이 당신과 나 하나이게"

소리 내어 읽어야 하는 시가 있다. 모든 소리가 소멸된 시간에만 읽어야 하는 시가 있다. 설레임은 멀고 내 그리움의 시작은 어둠에 묻혀 지나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수십 겹 무게보다 무겁습니다 그리운 것은 당신 몸 속에 낸 무수한 나의 길입니다 길목마다 진달래 꽃물 번지고 길 끝 뫼봉 높아 백두며 묘향이며 온전한 설레임이었습니다 침엽수림 사이에 빛나던 깊이 모를 강물 위로 나 뗏목으로 누워 당신 기쁜 눈물 닿고 싶습니다 엇나간 불임의 세월 엮어도 그리움으로는 한 몸 아닙니다 첩첩한 설레임만이 당시과 나 하나이게 하는 빛입니다 김윤배, "설레임만이 당신과 나 하나이게"

scrap_ 2012.12.08

챈들러, 금정연

"나는 이것을 내가 원하던 대로 썼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그럴 수 있게 됐으니까요. 난 미스테리가 공정하고 명료한지 아닌지는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내가 관심을 가진 작은 사람들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기묘하고 타락한 세계, 그리고 정직해지려고 애를 쓰던 어떤 사람이라도 결국에는 어떻게 감상적으로 또는 바보로 보이게 되는가였습니다." 레이먼드 첸들러, , 627 의 금정연은 다음과 같이 챈들러를 예찬했다. "그리고 챈들러, 챈들러, 챈들러, 챈들러다. 시중에 나와 있는 그의 모든 책을 읽으라." 그 말에 진심 공감, 오늘은.

scrap_ 2012.10.31

고종석 절필 선언

슬프다. 앞으로 고종석의 글을 읽을 수 없다는 것. 그것보다 슬픈 것은 절필의 변이다. "글은, 예외적 경우가 있긴 하겠으나, 세상을 바꾸는 데 무력해 보였다. 달포 전쯤, 술자리에서 친구 차병직이 자조적으로 '책은 안철수 같은 사람이나 쓰는 거야! 우린 아니지!'라고 말했을 때, 나는 진지하게 절필을 생각했다." 글의 무력함. 근데, 세상을 바꾸는 데 글이 무력하긴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안철수 따위가 아니라 고종석 같은 분 아닌가. 적어도 나는, 그렇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52931.html ★[고종석 칼럼] 절필글쓰기가 생업이 될 줄은 몰랐다. 초등학교 글짓기 시간에 내가 쓴 글이 교실 뒷벽에 내걸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중..

scrap_ 2012.09.23

"의자놀이"를 둘러싼 의자놀이_진중권

진중권은 냉정하고 건조하게 읽을 때 교훈이 된다. "디워 논쟁" "(김규항 등과의)진보 논쟁" "부러진 화살 논쟁" "통합진보당 논쟁" 등에서 숱한 뭇매를 맞았지만, 여지껏 살아남았을 뿐더러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논객이다. 진중권이 진중권인 이유는 분명 있다. http://blog.ohmynews.com/litmus/178458 [리트머스] ‘의자놀이’를 둘러싼 의자놀이 _진중권 인용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통으로 직접 인용하느냐, 아니면 윤문이나 첨삭을 가미해 간접 인용하느냐. 문제의 부분은 실제로는 거의 통 인용이면서, 약간의 첨가와 윤문을 가해 원 자료를 가공하고 있다. 출처 표시가 뒤로 돌아간 것은 이 때문일 게다. 원저자는 기분 나쁠 수 있다. 나라도 유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

scrap_ 2012.08.29

지강유철 선생님이 꿈꾸는 독서모임

지강유철 선생님이 꿈꾸는 독서 모임 제가 꿈꾸는 독서 모임은 한 마디로 "우리 이 책 읽었네"하지 않는 모임입니다. 어떤 저자의 유명한 책을 읽었다는 것으로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모임에는 흥미 없거든요. 한 권을 읽되 최소한 3번은 읽고나서 그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저 처럼 머리 나쁜 사람들의 겸손한 모임이면 좋겠습니다(머리 좋고 대단한 분들은 정중하게 사양입니다).물론 한 권을 가지고 세 달을 연거푸 읽는 것은 지양해야 하겠고, 세 번을 읽으려면 책의 선정에 신중해야 하겠지요. 어떤 책을 읽을 것이냐는 특정 주제에 한정 되지 않으면 좋겠고, 어느 한 주제에 너무 깊게 몰입한 책 역시 지양하고 싶습니다. 그런 분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독서모임에 나가셔야 하겠지요. 저는 교양과 상식의 ..

scrap_ 2012.08.17

반값 할인의 불편한 진실

알만한 사람은 모두가 아는 '불편한 진실'. 모두가 알면서도, 이 문제를 풀지 못하는 이유는, 그 속내에 각자의 욕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의 욕망, 온라인 서점의 욕망, 도/소매상의 욕망, 독자의 욕망... 한치 앞도 분별하는 온갖 욕망들은, 가야할 길이 자명함에도, 결코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 아니, 찾지 못하는 척 한다. 욕망의 각성,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시작할 수 있을까. http://blog.naver.com/khhan21/110144342972 ★[한기호의 책동네이야기] 반값 할인의 불편한 진실 온라인서점에서 반값 할인을 하는 것이야 일상적이다. 최근엔 밀리언셀러가 된 초대형 베스트셀러마저 반값 할인 대열에 합류했다. 처음에 출판사는 과도한 재고를 싼값에 처분해 자금 흐름을..

scrap_ 2012.08.06

분도출판사. 아, 감동

http://well.hani.co.kr/106021 이렇게 ‘나쁜’ 수도자 분도출판사 50주년 왜관 베네딕도 수도원 ‘임인덕 신부 이야기’ 책으로 펴내다큐 사진의 대가 최민식 작가 발굴… 영화 소모임에 권정생 선생도 함께 해 » 왜관 베네딕도 수도원 임인덕 신부 / 한겨레 자료사진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어린 '하인리히'를 '세바스티안' 신부로 만들었으며, 독일의 '세바스티안' 신부를 한국의 '임인덕' 신부로 변모시켰을까? 그는 왜 고향과 어머니를 떠나 지구 건너편 한국의 소읍 왜관에 살고 있을까? 그는 거기서 무엇을 소망했을까? 하늘이 그의 몸과 마음을 도구 삼아 이 땅에서 이루려 한 것은 정녕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 그는 행복했을까?" 1987년 여름 자동차 사고로 임인덕 세바스티안 신..

scrap_ 2012.08.05

지강유철, "서평 쓰기"

"지강유철 선생님"다운 서평 쓰기론. 그저 그 앞에 부끄러운. 며칠 동안, 아니 족히 열흘 정도를 박홍규의 를 붙들고 낑낑거렸습니다. 28매 짜리 서평 하나를 후딱 끝내지 못하는 자신이 참 한심했습니다. 확실히 저는 아직 초등학교 국어 시간의 고민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의 국어 숙제란 대개 주어진 글의 전체의 뜻을 요약하고, 모르는 단어를 찾고, 문단을 나누고, 반대말, 비슷한 말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늘 어려움을 느꼈던 것은 전체의 뜻을 몇 줄로 요약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십년이 흘렀지만 저는 지금도 그 문제에 늘 어려움을 느낍니다. 원고지 10-20매짜리 칼럼이라면 모를까 책 한 권 분량이라면 누가보더라도 객관적인 전체의 줄거리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일 텐데,..

scrap_ 2012.05.09

출판계 편집자 예우 논란

한기호, "책을 만든 편집자 이름이 저자의 무게만큼이나 대접받은 최초의 사례... '이 책은 지은이의 힘 있는 글쓰기와 편집자의 열망을 합쳐 완성했다'는 출판사의 설명에서 두 사람(지은이와 편집자)이 주고받은 정신적 교류의 크기를 가늠해볼 따름이다. 저자가 편집자 이름을 표지에 올리고 싶다는 이 소박한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지만 앞으로 이런 교감이 더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장은수, "편집자는 저자의 그림자 속에 있을 때 오히려 빛날 수 있습니다." http://media.daum.net/culture/book/newsview?newsid=20120510032525561&cateid=1022&RIGHT_LIFE=R10

scrap_ 2012.05.09

스터 대법관에 대한 오마바의 헌사

강 판사의 글에 따르면, 69살인 수터 대법관의 은퇴선언은 88살인 스티븐스와 췌장암 수술까지 받은 76살의 긴스버그대법관도 은퇴의사가 없다고 밝힌 가운데 나온 것이라 이례적으로 보이지만, 매일 12시간의 업무를 위해 독신으로 살았고, 사법부최고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고향인 뉴햄프셔의 소박한 농가에서 평범한 전원생활을 그리며, 운전기사를 마다하고 항상 직접 운전하며낮은 자세를 유지했던 것으로 미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수터 대법관은 판사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판결을 내리는 화려한 순간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그는 후배 판사들에게 과연 50년 혹은 40년이 지난 판결을 인용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냐고 묻고는 대부분의 판사가 하는 일이란흐르는 물..

scrap_ 2009.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