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비록 작가는 아니지만, 변방에 있는 자로서 위로가 되는 소설가 김도언 님의 페이스북 글.
문단에는 술자리가 많다. 출판기념회와 문학상 시상식과 송년회, 그리고 문예지 발간 뒤풀이 등등. 그런데 그런 술자리에 참석해서 술을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좀 쓸쓸해지고 만다. 문단 술자리에 오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변변치 못한 작가와 시인들의 얼굴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지금 어떤 골목을 배회하고 있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그 얼굴과 이름들을 가만히 불러보는 것이다. 문학도 사람의 일이어서 얼굴을 보고 술잔을 기울이고 인사를 하는 동안 친연성이란 것이 도모된다. 그 친연성에 따라 작가나 시인들의 작품이 품평된다. 그래, 사람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부조리하게도 문단 술자리에 낄 수 있는 작가나 시인들은 어떤 눈에 보이지 않는 위계에 의해 정해져 있다. 사정이 이러한 관계로 초대 받지 못한 변방의 작가들에겐 문단 술자리가 선망과 냉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나는 그 변방의 작가들을 떠올리며 속으로 혼잣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 자리에 있던, 명망과 권세가 있는 평론가와 작가들에게 이렇게 말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만 속으로만 삼키는 비겁한 목소리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지금 당신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술을 따르고, 친절하고 상냥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작가들의 이름을 당신이 기억하는 건 좋다. 그건 당신 자유다. 그런데 혹여 당신의 기억의 용량에 여유가 있다면, 당신이 술자리에서 오래도록 만나지 못한, 당신의 잔에 술 한 잔 따른 적 없는 작가들의 이름을 떠올려달라. 그리고 그에게 전화를 걸어, 혹시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어떤 글을 쓰고 있느냐고 물어봐달라.” 문학은 모여서 하는 것이 아니고 혼자 하는 것이란 걸 모르는 작가는 없다. 그러나 모이고 싶어도 모일 수 없는, 타고난 성정이 쭈뼛해 소외된 작가들의 이름을 우리가 너무 쉽게 잊는 것은 아닌지. 고독 속에서 단련된 그들의 상상력은 오히려 존중받아 마땅하지 않겠나. 말을 시작한 김에 문단 술자리에 빠지지 않는 작가들에게도 한 마디 하고 싶다. 가급적 환한 곳과 등을 질 때, 우리의 정신과 문장은 홀로 영험해진다. 당신도 이미 그걸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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