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線_

그르니에의 섬

Soli_ 2012. 5. 24. 00:41

기껏, 이제 며칠 지났을 뿐인데, 제주도, 그리고 울릉도에서의 시간이 벌써부터 아득하다. 울등도에서의 둘째 날 아침, 나리분지를 거닐며 그르니에의 "섬"이, 그 책의 서문인 까뮈의 글이 생각이 났다. 집에 가면 다시 찾아 읽어야겠다고 수첩에 적었는데, 오늘 퇴근하기 직전에 그 메모를 기어이 기억해냈다. 

"태양과 밤과 바다...는 나의 신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향락의 신들이었다. 그들은 가득히 채워준 뒤에는 다 비워내는 신들이었다. 오직 그들과 더불어 있을 경우에 나는 향락 그 자체에 정신이 팔려 그들을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내가 어느 날 그 무례한 마음을 버리고 나의 이 자연신의 품으로 되돌아갈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나에게 신비와 성스러움과 인간의 유한성, 그리고 불가능한 사랑에 대하여 상기시켜 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므로 내가 그르니에에게서 얻은 것은 확신들이 아니었다. 그와 반대로 나는 그에게서 의혹을 얻었다. 그 의혹은 끝이 없을 것이다. 그것은 예를 들어, 나로 하여금 오늘날 흔히 쓰는 의미에서의 휴머니스트, 다시 말해서 근시안적인 확신들 때문에 눈이 먼 사람이 되지 않도록 보호해 준 힘이 되었다. 섬 속을 뚫고 지나가는 저 이쪽저쪽으로 흔들리는 영혼의 의혹은 하여튼 나의 경탄을 자아냈고 나는 그것을 모방하고 싶어했다."(장 그르니에, <섬>, 까뮈의 서문, 9-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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