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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의 아홉번째 겨울, 그 소중한 시작을 위하여

그대들의 아홉번째 겨울, 그 소중한 시작을 위하여 언젠가 옅은 모노톤으로 담담하게 그려진 그림을 본적이 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소박한 사랑의 언어…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잠들어있는 아름다운 연인들의 고요한 숨결, 그림의 이름을 "戀人-그 간결한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지금까지 기억하며 잊지 못하는 나의 마음엔 그 사랑을 欽慕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소박한 사랑의 언어. 그림을 기억하는, 그대들을 향한 나의 感性입니다. 약속을 기다리는 일은 행복한 일입니다. 그대들을 향한 오직 한 분이신 우리 주님의 사랑엔 그대들을 향한 사랑이 있습니다. 기다림의 끝에 축복되어 쏟아지는 기쁨의 노래들이 아름다운 그대들의 새로운 시작을 밝히리니. 그대들 하나되어 살아갈 때에 때로 사는 것이 힘들 때마다 서로의 모..

窓_ 1999.01.18

부르심

"부르심..." 바다 빛 고이 간직한 저 하늘처럼 아울져 흘러내리는 그리움 밤이 무서운 건 내 안에 간신히 피어있는 촛불 때문에 촛불 때문에 아득히 보이던 그리움 간신히 지켜낸 그리움 누군가 엎드러진 죽음 이후 또 다시 꿈꾸던 세상 저 너머에 가난한 흙바람 소란케 하던 고요한 열정 그렇게 다시 살아나는 온갖 푸르른 열정 푸르른 촛불 1997.8.30 동해 촛대바위

窓_ 1997.08.30

상여

상여 1. 지나는 수레의 길게 늘여뜨려진 그림자에 따르는 노인의 긴 한숨 —어머니의 울음에 꽃수레를 보았을 때— 오래 전 기억을 내게 전해주던 얼굴의 조각을, 잃어버린 의미를 알았을 땐, 이미 그건 어머니의 정당한 대가가 아니었다 흐느껴 땅을 치던 하루가 지나고 지난 만큼 아쉬워지던 울음소리, 다시 다가와 춤을 추고 온통 검은 산천에 길게 또 그렇게 뿌려지던 세상설움 —그때까지 내리던 비가 지금도 내리는지— 유월의 더움은 씻기우고 이제껏 떨리던 상여 위, 몸둥아리가 어머니의 한잠에 멈추어졌다 2. 발가벗은 거리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서로의 이름을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등뒤로 아쉬움을 숨길 수 없다 조용한 탄식에 눈동자는, 그렇게 묽게 맺혀진 노인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거리에 나앉은 노인의 내..

窓_ 1989.06.01

폐허

폐허 1. —삭막한 도시에서— 스며들기를 바라는 텅빈 공간의 기쁨에 잊혀지기를 바라는 삭막한 도시의 슬픔에서 차라리 이단자가 되기를 바라는 당신의 모습이 문 밖을 서성일 때 울음을 젖뜨리고 바라보던 어머니의 얼굴이 곧 폐허된 도시의 진실이라 2.—잊혀지는 세상에서— 거리낌없이 매달리고 사랑하며 사랑하고 애태우며 애태우고 미워하며 미워하고 증오하는 이 도시의 폭군들에게 부서진 집터에 되새기려 한번 더 매달리고 사랑하며 사랑하고 애태우며 애태우고 미워하며 미워하고 증오하는 현실에 즈음하여 알지못하는 세상에 내린 하얀 깃발 3.—폐허된 도시에서— 때론 싸우고 서로 우기고 그렇게 지새운 밤낮을 되새기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외로움에 모든 걸 거부하는 애태움 부서져라, 모든 것 부서지고 사라지고 몸둥아리만 남아라— ..

窓_ 1988.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