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_/복음과상황_ 18

‘가 보지 않은 길’을 도모하는 ‘못다한 사랑’(복음과상황, 130705)

복음과상황(2013년 8월호)_“독서선집” ‘가 보지 않은 길’을 도모하는 ‘못다한 사랑’ (디트리히 본회퍼, 마리아 폰 베데마이어 지음│정현숙 옮김│복있는사람 펴냄│2013년) (문익환 지음│사계절 펴냄│1994년) 살아서 못다한 사랑/천 길 무덤 속 고요한 어둠/뚫고 솟아나리/차가운 샘물로 못다한 사랑 모이고 모여/내를 이루어 흐르리/목메는 강산 곱게 가슴에 수놓으며/흐르고 흘러 바다로 가리/바다로 갔다 구름 되어/못다한 사랑 눈물로 쏟으리 _문익환의 시, “못다한 사랑” 전문 살아서 못다한 사랑은 산하(山河)를 곡진히 흘러 바다에 이르고, 결국 구천(九天)에 올라 다시 눈물 같은 빗줄기로 세상에 내린다. 비 내리는 날이면 끝내 못다한 사랑을 헤아려 잠시라도 숙연한 그리움을 품어야 한다. 황국명 시인..

위태롭다, 그런데 그것이 희망이란다 (복음과상황, 130605)

복음과상황(2013년 7월호)_“독서선집” 위태롭다, 그런데 그것이 희망이란다 삶은 위태롭다. 의연하고 돌올했던 명분들과 날선 마음의 결기가 이리 쉽게 무너질지 몰랐다. 몸살을 앓았다. 몸살이란 영혼의 슬픔을 감당하는 육신의 고뇌가 아닐까, 생각했다. 나의 민낯은 대체로 초라하고, 가슴은 대체로 서럽다. 저마다의 울음을 간직한 책(혹은 외면한 채) 살아가다 어느 순간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직면하고 나서야, 추락을 경험하고 나서야, 격동에 처하고 나서야 자신의 비루함을 받아들인다. 정미경의 네 번째 소설집 에 실린 일곱 편의 작품들, 일곱 명의 주인공들은 어떤 사연에 휘말리며 겹겹이 싸두었던 자신의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하나같이 아프고 어둡고 쓸쓸하고 막막하고도 불안하다”(작가의 말, 280쪽..

황홀한 에로티시즘의 계절이 왔다 (복음과상황, 130503)

복음과상황(2013년 6월호)_“독서선집” 황홀한 에로티시즘의 계절이 왔다 「성서의 에로티시즘」(차정식 지음│꽃자리│2013) 성서를 읽으며 가장 난감했던 것은 어김없이 아가서였다. 노골적이고 관능적인 언어들은 과감했다. 텍스트에 당황해서 펴든 주석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알레고리, 훗날 그리스도와 교회의 사랑에 대한 예표로서 그 의미가 있다고 해설했다. 텍스트에서 한껏 자극받은 충만한 설렘은, 그만 한풀 꺾이고 만다. 그런데 요즘, 신학적 인문학의 통전적 맥락에서 생동하고 약진하는 언어로 나를 흥분시키는 신학자 차정식은, 그런 주석들을 ‘아가에 대한 산만한 말들’이란 표현으로 제압한다. 최근 출간된 그의 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은 외람되고 위태롭다. 성서를 둘러싼 전통의 금기와..

우리를 다독이는 반짝반짝 빛나는 희망 (편들고 싶은 사람-은수연 편, 복음과상황, 130406)

★복음과상황 2013년 5월호 “편들고 싶은 사람-은수연 편”으로 실었던 원고입니다. 실제 잡지에 실린 원고는 구성과 분량면에서 조금 다르고, 당연히 제 블로그의 글이 좀 더 깁니다. 우리를 다독이는 반짝반짝 빛나는 희망 의 저자 은수연 씨 엄밀히 말해, 그녀의 편을 들고자 만났으나 그녀가 우리의 편을 들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녀는 숱한 고통에 상처 입은 사람들을 보듬는다. 그녀를 보고 가슴속 깊은 상처를 꺼내 놓는다.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신음을 토한다. 지독한 슬픔, 혹은 두려움과 마주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마침내 용기를 내어 길을 걷는다. 그녀는 앞서 걷는 희망의 존재인 셈이다. 그녀는 우리나라 최초의 친족 성폭력 생존자 수기를 썼지만, 그녀를 희망의 지표로 삼는 사람..

'공부의 길'을 숙고하다 (복음과상황, 130407)

복음과상황(2013년 5월호)_“독서선집” '공부의 길'을 숙고하다공부하는 삶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지음│이재만 옮김│유유│2012) 청춘의 커리큘럼 (이계삼 지음│한티재│2013) 기독교는 흔히 책의 종교라 불린다. 기독교인은 '그 책의 사람들'이어야 마땅하다. 식민 지배를 받던 이스라엘은 '그 책'의 예언을 소망으로 삼아 험난한 세월을 견뎌냈고, 마침내 이 땅에 오신 예수로 말미암아 초대교회는 그 책을 완성하고 확장하였다. ‘그 책’은 모든 사람에게로, 모든 학문적 영역으로, 모든 사회의 환희와 고통 속으로 확장되어야 마땅하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계승자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는 그 확장을, 지성인에게 주어진 고귀한 소명으로, 《공부하는 삶》이라는 격조 높은 제목으로 소개하고 권면한다. 먼저, ..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복음과상황, 130302)

★에 대한 서평은 두 버전으로 썼습니다. "복음과상황"에 기고한 서평에서는 또다른 성폭력 피해자인 철학자 수잔 브라이슨의 책 와 비교하여 트라우마의 문제와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서평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인 저자 은수연에게 초점을 맞추되, 우리나라 성폭력의 현실과 성평등의 문제를 부각시키고자 했습니다. ★"복음과상황"에는 분량이 많아서 조금 덜어냈습니다. 블로그엔 전문 그대로 싣습니다. 복음과상황(2013년 4월호)_“독서선집”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은수연 지음│이매진│2012) 「이야기해 그리고 다시 살아나」(수잔 브라이슨 지음│인향│2003) 삶은 고통이라고 생각했다. 저마다의 ..

불가능한 꿈을 지피면서, 걷고 걷다가, 죽어버리십시오 (복음과상황/오마이뉴스, 130226)

★오마이뉴스에 13번째 채택된 글이며(버금), "몰락한 교회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희망"이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복음과상황(2013년 3월호)_“독서선집” 불가능한 꿈을 지피면서, 걷고 걷다가, 죽어버리십시오 「당신들의 기독교」(김영민 지음│글항아리│2012) 「회심의 변질」(알렌 크라이더 지음│박삼종 외 옮김│대장간│2012) 철학자 김영민의 도드라진 언어는 우리를 난감하게 한다. 그의 서사는 구체화된 비수가 되어, 우리의 심장을 멎게 만들 것만 같고, 깊은 탄식으로 우리 존재를 기어코 몰락시키기도 한다. 그리하여 몰락한 우리 슬픈 존재들의 희망을 오직 ‘동무로서의 연대’에 둔다. 레비나스가 말한 대로, “건널 수 없는 심연이며, 포섭할 수 없는 이웃이며, 다독거릴 수 없는 긴장이며, 끝나지 않는 기다..

그르니에의 ‘섬’처럼 존재하는 기독 출판을 희망함 (복음과상황, 121207)

오마이뉴스에는 "기독교 출판에는 왜 '창비'가 없을까?"란 제목으로 소개되었습니다. 복음과상황 2013년 1월호(2012.12.7.) _ 2013 한국 기독출판에 바란다 그르니에의 ‘섬’처럼 존재하는 기독 출판을 희망함 경기는 불황, 출판은 몰락의 조짐 최근 온라인 서점들이 내건 ‘추천 도서’들이 광고비를 받고 선정되고 있음을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사로 적발되었고, 이 사실이 주요 언론에 일제히 보도되었다. 출판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이 보도가 난감할 것이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오래된 관행인데다가, 어쩌면 ‘우리’도 돈을 지불하고 어떻게든 추천 도서에 선정되려고 시도했던 ‘공범’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온라인 서점 중 연간 매출 300억을 올리던 업계 5위권의 대교 리브로가 최근 폐업을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