霓至園_/rainbow_

예지에게 산타클로스의 정체를 고백하다

Soli_ 2016. 12. 24. 03:30


2016년 크리스마스에는 


열 살 예지에게 


산타클로스의 정체를 


고백하기로 했다. 



다음은 산타클로스, 


혹은 엄마와 아빠가 쓴 편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사랑하는 예지에게,


이 편지는 꼭 혼자서만 읽어야 한다.

특히 동생에겐 비밀로 하거라.


예서는 열 살이 되어야만

이 편지를 이해할 수 있단다.


그러니 그 비밀을 지켜주는 건

예지와 나의 약속이다.


자, 지금부터 방에 들어가

이 편지를 읽으렴. 


산타클로스.



......................................................................






사랑하는 첫째 예지에게



우리가 함께 읽었던 책 《사자와 마녀의 옷장》을 기억하니? 

우린 지난여름 이 책부터 읽기 시작해서 이제 나니아 나라 이야기의

거의 마지막에 이르렀지. 


원래는 아슬란의 나라였지만 언제부턴가 하얀마녀가 지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니아는 겨울만 계속되는 나라가 되었잖아. 

겨울만 있는 나라, 그런데 크리스마스는 없는 나라. 

그런데 디고리 교수님의 옷장을 통해 피터, 수잔, 에드먼드, 루시가 

나니아 나라에 들어온 이후,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지. 


하얀마녀로부터 도망치던 길에서 그들은 산타클로스를 만났고 

산타클로스는 이렇게 말했지. 


“드디어 내가 왔다. 마녀가 오랫동안 못 오게 했지만 결국 왔어. 

아슬란 님도 오고 계셔. 이제 마녀의 마법은 힘을 잃어 가고 있어.” 


산타클로스는 피터에게 방패와 검을, 수잔에게 활과 화살을, 

루시에게 치유의 물약과 단검을 선물해주셨어. 

예지도 루시의 선물을 갖고 싶어 했잖아. 

모든 아픈 사람들을 단숨에 고칠 수 있는 물약!

 

하지만 그때 아이들은 선물의 의미를 알 수 없었어. 

그 선물들은 이 책뿐만 아니라 이후의 다른 이야기들에서도 

반복해서 등장하고 여러 위기에서 매우 요긴하게 쓰이지. 

아이들은 처음엔 선물의 의미를 잘 몰랐지만, 

산타클로스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선물의 비밀을. 


그런데 예지야, 조금 이상하지 않니? 

난데없이 산타클로스라니. 

우린 사실 산타클로스가 아니라 

하얀마녀 또는 아슬란이 등장할 거라고 예상했잖아. 

그런데 나니아 나라에 산타클로스라니! 


예서는 환호성을 질렀지. “와, 산타할부지다!” 하고. 

이상한 건 또 있어. 나니아 나라 이야기의 다른 책들에 보면, 

이 선물들은 산타클로스가 아니라 아슬란이 아이들에게 준 거라고 

말하는 것 같거든. 분명히 산타클로스의 선물인데,   

이 책의 저자인 C. S. 루이스는 그게 아슬란의 선물이라고 말하잖아.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예지야, 산타클로스는 정말 있을까? 

예지의 많은 친구들이 산타클로스는 지어낸 거라고 말하더구나. 

산타클로스가 밤새 놓고 간 선물이 실은 엄마 아빠의 선물이라고. 

정말 그럴까? 


이제 예지에게 고백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친구들의 말처럼, 지금까지의 선물들은 

엄마와 아빠가 준비한 거란다. 


그렇지만 친구들의 말은 절반만 맞단다. 

그것은 또한 산타클로스의 선물이기도 하니까.  

무엇보다 그것은 아슬란의 선물이니까. 


루시는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았지만, 

루시는 훗날 그 선물이 아슬란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지.

그게 사실이니까. 


산타클로스는 간혹 엄마나 아빠의 모습으로, 

또 어떤 때는 예지를 사랑하는 할머니, 선생님, 목사님, 이모, 언니, 

친구의 모습으로 등장할 거다. 그리고 꼭 기억하렴. 

그건 산타클로스의 선물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아슬란의 선물이라는 것을. 


루시는 처음 그 선물이 어떻게 쓰일지 짐작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그 선물은 루시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했지

다만 바라기는, 엄마와 아빠가 산타클로스가 되어

준비한 그간의 선물들이, 루시의 선물처럼 되기를 기도한다. 


나니아 나라에서 만난 산타클로스는 이렇게 인사하며 작별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참된 왕이여, 만세!”


그리고 나니아 나라를 지배했던 하얀마녀의 마법이 풀리기 시작한단다. 

땅을 뒤덮던 눈과 얼음이 녹고, 다시 시냇물이 흐른다. 

오랜 겨울이 끝나고 드디어 봄이 시작된다. 


예지도 이 세상을 지배하는 

하얀마녀의 마법과 싸워 이길 수 있기를, 

그리하여 따뜻한 봄날 같은 예지의 품속에서, 

고통받던 사람들이 언 몸과 아픈 마음을 녹일 수 있기를. 


메리 크리스마스! 참된 왕이여, 만세! 



2016년 12월 24일

아슬란의 마음으로 예지를 사랑하는 

엄마, 아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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