霓至園_/rainbow_

여성의 날, 예지에게

Soli_ 2016. 3. 8. 22:00




예지야, 오늘은 여성의 날이란다.




1908년 미국 뉴욕의 루트커스 광장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모였단다. 일하다가 화재로 죽은 여성들이 있었거든. 광장에 모인 여성들은 동료들의 죽음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 거야. 왜 여성들은 남성들과 같이 일하면서도 더 좋지 못한 환경에서, 더 적은 돈을 받으면서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 거란다.

광장에 모인 여성들이 요구한 건 두 가지야. 선거권을 달라는 것과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해달라는 것. 그래, 그때만 해도 여성들이 선거를 할 수가 없었어. 그러니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같은 사람들이 여성들을 위해 일할 필요가 없었지. 아빠처럼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노동자라고 해.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결성한 조직을 말한단다. 당연한 것을 요구하더라도 혼자서는 이길 수 없거든. 그래서 여성 노동자들은 우선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주장한 거야.




여성들에게 이 당연한 권리가 주어진 것은, 1908년 여성들이 모였던 그날로부터 한참 뒤의 일이란다. 그리고 선거권과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된 이후에도, 여성은 여전히 차별받고 있단다. 여성이 선거권을 가진 지 오래되었고 심지어 여성이 대통령인 우리나라에선 그 차별이 훨씬 심하단다. 믿기지 않는다면 예를 들어볼게.

설날이 되면 서울할머니집에 간 후에 양동외할머니집에 가잖아. 근데 왜 항상 서울할머니집에 먼저 갈까? 그리고 엄마는 서울할머니집에서 종일 일하는데 왜 아빠와 큰아버지는 빈둥빈둥 놀까? 그렇다면 양동외할머니집에 가선 엄마가 놀고 아빠가 일해야 공평한데 그렇지 않잖아. 엄마는 계속 일하고 아빠는 계속 놀지. 우리 할머니들만의 문제일까? 

아침에 출근하려고 경의선을 타면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단다. 남자는 젊은 사람들부터 꽤 나이 지긋한 분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여자는 이삼십 대가 거의 대부분이란다. 왜 여성들은 직장을 오래 다니기 힘들까? 1908년 미국의 여성들은 남성들과 똑같이 일하면서도 훨씬 적은 급여를 받았다고 했잖아. 그로부터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은 어떨까? 남자와 여자의 임금 차이가 제일 많은 나라 중 하나가 우리나라란다. 도대체 왜 그런걸까?  



지난해 어버이날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꽃을 달아드리고  노래하며 춤추던, 
봄날처럼 환하게 웃는 예지.  
 

예지야, 모든 사람들은 평등해야 하잖아.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단다. 여성과 남성은 전혀 평등하지 않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하고, 모여서 요구하고, 설득하고 싸워야지. 1908년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나라에도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있지. 예지가 조금만 더 크면 그들과 함께 싸울 수 있길 바라. 그러나 그 전에,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는 것이, 해야 하는 것이 있어. 질문이란다. 

"여자는 그렇게 웃는 거 아냐. 여자는 그렇게 뛰면 안 돼. 여자가 그렇게 다리를 벌리고 앉으면 어떡해…" 

왜 여자라면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걸까! 이런 말들을 들으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질문해야 한단다. 그건 틀린 말이니까! 할머니도, 선생님도, 엄마나 아빠도 그런 말을 습관처럼 할 때가 있어. 그때마다 할머니라서, 선생님이라서, 엄마나 아빠라서 그냥 넘어가면 안 돼. 질문하렴. 왜 여자라면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죠? 

아빠는 왜 이런 이야기를 예지에게 할까. 예지가 여성으로서 행복하길 바라기 때문에. 그리고 한가지 더, 그래야 남자인 아빠나 예서도 행복할 수 있으니깐. 남성과 여성이 평등해야 남성도 행복하다. 엄마와 아빠가 평등해야 아빠도 행복할 수 있단다. 예지와 예서가 평등해야 예서도 행복할 수 있어평등해야 평화할 수 있고, 그래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단다. 




이 사탕은 그래서 선물하는 거야. 축하가 아니라 응원의 선물이란다. 지금부터 살아가야 할 차별의 세상에서 예지가 지치고 힘든 순간들이 오겠지. 기억하렴, 1908년 광장에서 싸웠던 여성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씩씩하고 유쾌하게 싸우는 수많은 여성들이 있다는 것. 아빠는 언제나 예지 곁에 있을 거야. 미안하고도 미안한 마음으로. 예지를 응원해! 

2016.3.8.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