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에게,
좋은 책에 대한 확신은 많이 무너졌지만 좋아하는 책에 대한 마음은 점점 또렷해지길 원해. 편향성이 도드라지지 않는 어떤 목록엔 별다른 매력이 느껴지지 않아. 중요한 건, 너의 목록이어야 한다는 거지. 네가 하고 싶은 것, 누리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옳다고 여기는 것, 분노하는 것이 노골적으로 담긴, 그래서 그 목록을 보면 네가 보여야 하는 거지.
1월 셋째 주, 너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들이야.
옳은 문장만큼 난해한 것이 없지. 이 책이 그래. 어렵고 고달픈, ‘활’이 되는 ‘말’의 향연.
아직도 정기구독 안하고 있다고? 나쁜 놈.
2008년 첫판에서 2014년 현재 초등학교 교과서 속 낱말을 충실하게 반영했다고 하네.
출판계에 있다보면 보리에 대한 온갖 뒷담화(?)를 전해 듣는데,
그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보리는 좋은 출판사라 생각해.
이런 사전은 아무나 만드는 게 아닌고로, 그저 고마운 출판사.
<파리 리뷰>라는 잡지 알지?
그 잡지에 실린 카버, 하루키, 쿤데라, 에코, 매큐언, 오스터, 헤밍웨이, 포스터, 마르케스, 파묵, 포크너, 필립 로스의 인터뷰라고. 더 이상 덧붙일 말 없음이야.
시인이자 사진작가로서 박노해를 평가하고 싶지 않아.
다만 그는 나의 우상이었고, 희망이자 위로였지. 그리하여 그의 실패는, 나의 실패이기도 했어.
그의 소설보단 독서일기에 환호했던 자로서, 이번 책도 열렬히 환영함.
책으로 엮은 10번째 독서일기로, 특히 이번엔 각 서평을 "날짜별로 배치하되
수많은 책 중에 왜 그 시점에 그 책을 읽고 썼는지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함께 엮었다"고 하네.
책 읽기가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
이번 독서일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야.
<호빌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에 대한 거의 유일한, 기념비적 전기.
독서로 권력을 훔친 이들과 독서로 권력에 맞선 이들의 이야기라네. 흥미롭지?
나폴레옹, 링컨, 레닌, 호찌민, 마르크스, 톨스토이, 루쉰, 게바라 등
스무 명의 인물을 다루고 몇몇 이들은 좀 뻔해 보이기도 하지만, 읽어볼만 할 것 같아.
무엇보다 이 책은 그들의 독서론이기도 하지만, 박홍규의 독서론이기도 할 테니까.
박홍규는 주목할만한 사상가지.
그리고 이 주간의 책은...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전 20권)>
김승옥, 최인호, 황석영, 윤대녕, 이승우, 김연수, 박완서, 안도현, 이문구, 김훈
신경숙, 은희경, 성석제, 박민규, 천명관, 박현욱, 김영하, 전경린, 김주영 등등.
비록 신간도 아니고 전집이지만... 작가들의 면면을 보라고.
이미 가지고 있는 책들이 다수라고? 나도 그래. 하지만 저 본새를 보라고.
김승욱 소설집은 두 판본으로 이미 가지고 있지만 이번에 새롭게 딸린 신형철의 해설을 읽어보라고.
제발, 이 전집이 꿈에서라도 마주치지 않길 바랄 뿐이야.ㅠㅠ
“문학은 절망의 형식이다. 우리의 나약하고 어설픈 절망을 위해 문학은 있다.
그리고 희망은 그 한없는 절망의 끝에나 겨우 있을 것이다.”(신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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