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 3

이직移職

책담, 안녕_2015년 6월 12일 책담을 만들던 시간들과 책담이란 이름으로 책을 만들던 시간들에게, 이곳에서 만들었던 책들과 만들고 싶었으나 만들지 못한 책들에게, 한 권의 책을 마감한 직후 습관처럼 카페 트위드를 찾아 듣던 비틀즈의 노래들에게,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어 홀로 호사를 누리던 제인버거의 손맛들과 종종 황홀경에 빠뜨리던 망원시장 떡볶기집들의 유혹들과 시장 한 모퉁이 2000원짜리 칼국수의 후한 인심들에게, 가장 먼저 봄을 알리던 성미산의 꽃들과 내 가슴속 슬픔을 아우르던 한강변에 살던 조용한 바람들에게, 확신이 아닌 질문을 벼릴 수 있도록 보듬던 절두산과 양화진의 숭고한 죽음들에게, 지치고 외롭고 고달플 때 나를 위로하던 우정의 사람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전한다. 책담과 망원, 그들과 함께했던..

窓_ 2015.06.22

애도와 멜랑꼴리의 경계선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위한 책(출판저널, 2015년 4월호)

2015년 4월호 이 달의 책 편집자 서평 애도와 멜랑꼴리의 경계선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위한 책 오늘, 우리는 우울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산다. 우리는 우울을 먹고 마시며, 애도가 일상이 된 나날들을 산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 (2014)의 여주인공 산드라도 우울을 앓는다. 우울증으로 병가를 낸 사이, 회사는 직원들의 투표를 거쳐 그녀의 해고를 결정한다. 직원들은 그녀 대신 보너스 1000유로의 보상을 받을 것이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안 그녀는 사장을 찾아가 다시 한 번 기회를 청한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재투표를 앞두고 1박2일 간 산드라는 동료를 찾아 집을 나선다(그래서 이 영화의 원제는 “Two Days One Night”이다). 산드라도, 동료들도 고달프다. 신자유주의 사회와 만성화된 경제 위기는..

기고_/etc_ 2015.04.16

세상에서 가장 옳은 질문이, 이제 막 주어졌다 (기획회의 364호)

기획회의(364호, 20130322)_출판사 서평 세상에서 가장 옳은 질문이, 이제 막 주어졌다 공부란 무엇인가 (이원석 지음|책담 펴냄|10,000원)이원석은 공부에 대한 오랜 통념을 전복하고 새로운 통찰을 시도한다. 바로 존재를 변혁하고 삶을 벼리고 우정을 도모하는 공부의 삶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행복은 공부 순이다. 이원석 선생을 처음 만난 건 2007년 2월이었다. 당시 일하던 출판사는 해마다 독자들을 위한 독서와 글쓰기 워크숍인 ‘문서학교’를 열었고, 담당자였던 나는 이원석 선생을 ‘독서법-서평쓰기’ 강사로 초청하였다. 그는 여러 매체에 서평을 쓰고 있었는데, 텍스트에 대한 집요한 열정이 돋보이면서도 구도자적 지향을 성실히 담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실은, 그를 강사로 초청하는 데 내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