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의 세월을 딛고 다시 귀향한 율리시스처럼
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2013
감독 조엘 코엔, 에단 코엔 감독|출연 오스카 아이삭, 캐리 멀리건, 저스틴 팀버레이크
서늘한 우수가 깃든 겨울의 거리를 전전하는 르윈의 노래가,
모두가 잠든 밤을 서성이는 내게 깊고 굳건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잠 못 이루는 수백 가지의 이유를 위무하는 코엔 형제의 영화는 이번에도 신비롭다.
친구를 잃은 빈자리는 얼마나 고단했을까.
사랑을 앓되 찌질한 고백으로만 말을 건넬 줄 아는 한 사내의 애수는 얼마나 아득한 것이었을까.
서글퍼 울 것 같았던 그 자리에서 코엔 형제의 서사는 삶의 임계점을 거스른다.
끈질기게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의 서사는,
모든 것을 포기할 것만 같았던 바로 그즈음에서 변주된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그 긴 여정을 거슬러 다시 돌아온 고양이의 이름이 율리시스였다는 것.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서 방랑의 세월을 딛고 다시 귀향한 율리시스처럼,
오늘의 '르윈'들에게 보내는 코엔 형제의 간절한 응원이 여기에 있다.
만약, 이 영화를 음악영화로 부를 수 있다면,
내가 본 영화 중 최고의 음악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201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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