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에도 당신, 아름다울 거죠?
≪할람 포≫(Hallam Foe, 2007)
오프닝에 등장하는 일러스트 에니메이션, 둥지 속 작은새는 주인공 할람 포의 메타포일 것이다. 엄마는 연약한 자신을 버리고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는 믿을 수 없는 추문과 “네 엄마와 자는 기분은 어때?(Does it feel like you’re fucking Mummy?)”라고 비아냥거리는 새엄마 사이에서, 할람은 그만 길을 잃는다. 그리고 결국, 죽이고만 싶었던 새엄마를 욕망하는 소년은 도시로 떠난다. 회색빛깔 에딘버러는 할람의 쓸쓸함과 닮았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할람은 엄마와 닮은 한 여인을 쫓고, 마침내 사랑하기 시작한다. 다만 그 사랑은 그의 둥지 안에서 관음적 시선으로만 표출될 뿐이다. 소년의 페티시즘은 아슬한 곡예를 넘나들지만 그것을 쉬이 탐욕하진 않는다. 그의 위태로운 판타지는, 그녀에 대한 욕망의 실현을 애써 거부하지만 여기에 작은 반전이 펼쳐진다. 그녀의 사랑이 극적으로 그를 구원한다. 그렇게 사랑이 소년을 지나가고, 소년은 청년이 되었다. 새엄마, 아버지, 엄마에 관한 진실이 차례대로 지나간 후, 다시 만난 그녀는 할람에게 작별을 고한다. “5년 뒤에도 당신, 아름다울 거죠?” 그리고 할람, 웃는다.
≪빌리 엘리어트≫의 제이미 벨은 아름다운 청년이 되었다. '할람의 연인'으로 열연한 소피아 마일즈,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에 빛나는 OST,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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