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에게 2

Y에게

Y에게, 무의식은 내 안에 깃든 타자의 흔적이고 타자를 향한 사랑을(또는 그 사랑이 유실된 흔적을) 탐구하는 것이 정신분석의 본령이라면, 가장 치열했던 사랑의 슬픔이 오히려 가장 무심하고도 심상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우리의 삶이 아닐까 생각하는 시간이었지, 내게는. 그리고, 그렇다면, 과연 무의식을 탐사하여 그것에 닿는 것은 가능할까, 다시 말해, 타자에게, 그 열렬한 사랑에 우리는 얼마만큼이나 닿을 수 있을까 묻고 의심하는 시간이었지. 확신이나 불신의 확정적 단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만족해. 밤새 비바람이 창을 때리고 창밖에 번개에 번쩍했는데,예지가 무서워서 잠을 못자더라. 그래서 옆에 누워 소리와 빛의 간극을 헤아리기 시작했어. 번개가 치고, 하나, 둘, 셋...일곱, 우르르쾅쾅. 번개가 치고, 하나,..

窓_ 2015.04.03

Y에게 추천하는 2014년 1월 둘째 주 신간

Y에게, 움베르트 에코는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어. "사실 문학 작품들은 단지 절반만 비물질적입니다."라고. 무슨 말이냐고? 문학은, 그리고 모든 책의 가치는 절반의 사유와 절반의 물질성에 달려있다는 것이지. 책이라는 물성은 사유를 담는 그릇이기도 하고, 그 사유를 간직하게 되는 추억이 되기도 해. 에코는 이렇게도 부연해. "물론 나는 종이책의 접힌 모서리나 주름진 자국까지 기억하지요." 그래서 나도 (짐짓 에코의 흉내를 내며) 늘 이렇게 말하지. 책을 머리로만 읽지 말고 몸으로 읽으라고. 몸으로 익힌 것은 평생 기억한다고. 그래서 줄도 긋고, 모서리도 접고, 소리 내어 읽고, 읽어주고, 옮겨 쓰고, 그렇게 살라고. 몸에다가 그 사유를 담으라는 거지. 그리하여 책은 모름지기 누군가의 사연이 되어야 한..

view_/책_ 2014.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