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는 솔직한 악기다. 연주자의 숨결이 묻어나는 정직한 악기다. 그래서 피아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그 사람의 심성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요즘 순일이가 피아노를 배운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결혼선물로 피아노를 사줬다. 그녀는 나름대로 음악적인 소질이 있는 것도 같다. 어렸을 적 '보통'의 환경속에서 자랐더라면 지금쯤 훨씬 주목받는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짐작해보며, 또 그래서 아쉽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녀는 자신의 어렸을 적 바램 가운데 하나인, '피아노 치는 여자'가 되어 있을거다. 순일이가 피아노를 배운다. 바이엘 배우기에 한참이다. 더듬 더듬 피아노를 헤아려 갈 때, 그녀는 어린아이가 된다. 수줍게, 때로 들뜬 가슴으로 자신의 피아노 소리를 듣는다. 피아노 선생님의 칭찬이 있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