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생일은 무덤덤히 지나는 편이다. 아니, 그렇게 노력한다. 생일 때만 되면 급격히 우울해지는 까닭이다. 뭐랄까, 근원적 외로움 비슷한 것이 있다. 삶은 고통이라고, 난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인식했다. 꽤나 부자였던 논현동 시절이 있었다고 가족들은 종종 추억하나, 그땐 너무 어려 기억나지 않는다. 이사갈 때마다 집은 점점 작아졌고 마침내 지하 눅눅한 집, 곰팡이가 벽 안쪽을 채우던 가난한 시절의 기억만이 남아있다. 감수성 예민한 열다섯 살, 내 선생님은 등록금이 밀린 아이들을 모아 방과 후 청소를 시켰다. 거의 마지막 즈음엔 겨우 두세 명의 아이들만 남아 힘겨운 청소를 했다. 그중에 내가 있었다. 대학 가서는 장학금도 받아야 했고, 생활비도 벌어야 했다. 그러고도 한시간 넘게 걸어 학교에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