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추도예배를, 이번엔 천안 누나네 집에서 드렸다. 먼길 오가느라 몸은 지쳤는데, 가슴은 더욱 생생히 그날을 추억한다. 아니, 정신은 지쳤는데 몸이 기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1979년 4월 3일, 아버지는 소천(召天)하셨다. 아버지는 암을 앓으셨고, 죽음 직전 예수를 영접하셨다고 한다. 그즈음 집에는 친척들의 발걸음이 잦았고 어머니는 종종 소리 내어 우는 누나를 달래곤 하셨다. 난 아버지의 냄새가, 가래 끓는 소리로 탁하게 갈라진 낮은 목소리가 싫었다. 담배 냄새 절은 삼촌들이 얼굴을 부벼대는 것도 싫었다. 집앞 골목에서 세발 자전거를 타다 아버지의 죽음을 들었다. 난 뭔지 모를 해방감에 잠시 기뻤던 것 같다. 아, 무서운 아버지께 불려가 그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되는구나, 저 친척들도 이제 우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