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

49일간의 전쟁

강릉 무장공비침투사건 49일간은 인간의 비참함과 한계에 이른 인간존재의 정체성, 그리고 하나님을 믿는 자로서의 외로움을 너무도 처절히 느끼게끔 해준 시간들이었다. 이를 쉽게 얘기할 수 있을까? 아니, 결코 그렇지 못하리라. 96년 가을이 시작되면서 시작된 그들과의 전쟁…. 여기에 그 49일간의 일기 중 일부를 옮겨본다. 1996.9.28 십일 일째. 반복되는 짜증….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서로가 비참하기는 별다를바 없다면, 그렇게 말한다면 모순일까? 아무런 상황도 모른채 군장을 꾸리고 실탄을 불출하던 정신없던 첫째 날, 우리는 전쟁이 나는줄만 알았다. 그런 긴장감이 우리를 짓눌렀고 결국 “무장공비“의 상황이 전해져 대관령을 넘어 첫번째 매복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두번째, 세번째 매복지에 이르기까지 우..

窓_ 1999.09.18

광야를 지나며

"廣野…" 내가 사자를 네 앞서 보내어 길에서 너를 보호하여 너로 내가 예비한 길에 이르게 하리니… 너무도 분명한 그분의 약속이다. 약속. 하지만,… 잠시. 이곳은 "광야", 같다는 느낌이다. 사막, 눈이며 입이며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씹히는 모래알갱이들. 눈을 아무리 비벼도 앞은 희미한 지평선 끝, 가물거리는 태양. 난 그 광야, 곧 없어질 발자욱 어디로 새겨야할지.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은 광야. 내 마음은 "눈밭" 같다는 느낌이다. 지난겨울, 세상을 온통 자기 색깔로 가득히 채우던 눈 내린 겨울. 얼굴이며 손이며 너무도 시려 가슴마저 서글프던 그 겨울. 내 마음은 눈밭. 누군가를 떠나보낸 그 자리엔 그 발자욱 너무도 선명히 새겨져. 오래도록 시려야할 가슴. 그 속엔 그들의 발자욱이 있다. "길" 가..

窓_ 1997.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