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내가 다니던 출판사 편집장으로 왔을 때, 나는 정말 기뻤다. C. S. 루이스를 정성껏 만들던, 스스로를 'lewisist'로 칭하던 그와 많은 부분에서 통할 것 같았다. 문서학교를 다녀오던 길에, 그와 '잉클링즈'라는 독서 모임을 만들기로 작당했고 실행에 옮겼으나, 곧 우리의 모임은 맥주 한잔에 수다 떠는 모임으로 전락했고 우리는 그 추락을 즐겼다. 홍대 교정에 올라 대학생들 사이에서 시를 읊던 그의 모습을 즐겁게 추억한다. 나는 동료들 사이에서 그를 '옥 시인'으로 불렀다. 고결한 문학의 언어와 펜탁스 필름 카메라의 감성을 나누던 동료였고 선배였다. 한편, 우리는 일하는 방식이 달라 종종 다투기도 했다. 그는 무지 고집 센 편집장이었고, 나는 완벽주의 성향의 깐깐한 문서사역부장(그리고 마케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