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 3

예사롭지 않은 겨울의 시작

여름이 끝나갈 무렵, 출판사에서 다시 일하기로 결심했을 즈음부터 책 읽기는 호흡의 패턴을 잃었다. 책은 희망이자 절망이었고, 삶의 일탈이자 권태였다. 뜨겁던 여름의 쇠락은 가을에 사무쳤고, 난 숨가쁘게 달리면서도 그 서글픔이 살뜰하여 자주 울었다. 그리고 겨울에 이르렀다. 유난히 소담스런 책들이 나를 맞는다. 미카미 엔은 책으로 얽힌 인연의 미스터리로 유혹하고, 이서희는 관능의 문장으로 나를 매혹하여 사로잡는다. 손택의 청춘은 열정을 다스리는 파토스를 선사하고, 김두식의 단단하면서도 따스한 시선은 길 너머 길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렇게 다다른 나의 밤엔 김연수의 노란 불빛 서사가 기다린다. 책이 다시 삶의 호흡이 될 조짐이다. 예사롭지 않은 겨울의 시작이다.

view_/책_ 2013.11.21

다시, 손택의 길을 생각한다 (오마이뉴스, 130226)

★오마이뉴스에 9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박근혜가 탐탁잖은 당신께 이 책을 권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한편,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은, 오마이뉴스 쪽에서 보통 제목을 다시 정합니다. 아무래도 언론사이니까 시의성을 고려한 좀더 대중적이고 직설적인 제목으로 짓지요. 보통은 저도 오마이뉴스가 정한 제목들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글의 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 글은, '박근혜가 탐탁잖은 당신'께 쓰는 글이 아니라, '나의 희망이 탐탁하지 않은 우리'에게 쓴 글인 까닭입니다. 다시, 손택의 길을 생각한다무엇보다 '타인의 고통'이 우리 곁에 여전히 존재하므로 2013년 2월 25일,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운 박근혜는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1974년 퍼스트레이디로 ..

독서 노트 007(2013/02/25), 「문학은 자유다」에서 「소설과 소설가」까지_

★관련 포스팅 독서 노트 001(2013/01/13), 「단단한 공부」에서 「불멸의 지휘자」까지_독서 노트 002(2013/01/19), 「하나님 아픔의 신학」에서 「다카페 일기 3」까지_독서 노트 003(2013/01/26), 「위로하는 정신」에서 「복음과상황」까지_독서 노트 004(2013/02/02), 「삶은 홀수다」에서 「리더는 무엇으로 사는가」까지_독서 노트 005(2013/02/02), 「삶은 도구」에서 「단단한 진리」까지_독서 노트 006(2013/02/18), 「고통」에서 「모든 것이 은혜다」까지_독서 노트 007(2013/02/25), 「문학은 자유다」에서 「소설과 소설가」까지_ 문학은 자유다(수전 손택 지음|홍한별 옮김|이후|2007)움베르트 에코의 문학 강의(움베르트 에코 지음|김운찬..

view_/독서노트_ 2013.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