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몰락 그의 책 1. 함께 책을 만들었던 저자의 몰락을 지켜보는 것은 몹시 아프고 슬픈 일이다. 과연 나를 사로잡았던 그의 견고한 사유는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오래 간직해야 할 텍스트이므로 마땅히 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하거나 설득당했던 그 순간의 희열은 다 무엇이었을까. 저자의 추문이 들려오던 즈음 나는 극심한 우울을 앓았고 간혹 고독과 회의에 빠졌다. 지난 며칠 그의 책을 다시 읽었다. 잔뜩 벼린 논리는 서늘했고 깊고 둔중한 사유는 뜨거웠다. 그리고 그의 책을 원래 있던 서가에 고이 꽂아두었다. 언젠가 다시 꺼내 읽을 것이다. 추문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의 책은 어찌해야 하는가. 답을 찾았다. 정답이 아니라 결심에 가깝다. 그 책을 만든 출판사에 계속 있었다면, 나는 이 책을 지켜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