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한 겨울 오후, 예지와 데이트를 했습니다. 동네 언덕(예지는 '산'이라 부르는) 성저공원에 올랐습니다. 푸근해진 날씨 덕에 질퍽해진 땅을 걸으며, 예지가 속삭이듯 말합니다. "아빠, 땅이 사각사각해요.""사각사각? 그래, 참 어울리는 표현이구나!" 그리고 아빠와 "나 잡아봐라~"도 해봅니다. 근데 지나시던 아주머니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저는 이런 하늘빛을 좋아합니다. 화창하지는 않지만, 뭔가 우울한 푸른빛을 가진 하늘. 오늘이 그랬습니다. 대화도서관에 들러 책을 봅니다. 책 읽는 예지의 얼굴이 행복해 보입니다.한 시간 남짓 책을 읽고는 배가 고프다고 합니다. 집에서 성저공원을 지나 도서관까지 15분, 도서관에서 대화역까지 15분을 걸어 예지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먹으러 왔습니다. 신중하게 매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