霓至園_/rainbow_

데이트

Soli_ 2012. 12. 29. 01:52

결혼하고 예지 낳은 이후, 아내 순일과 단 둘이 보낸 시간은 아마 처음인 듯. 잠시도 아이 봐줄 가족이 없는 까닭에, 늘 아내는 아이와 그 존재를 나누며 살았다. 아이들 자는 시간에도 숨 죽이며 살았고, 내가 아이들 봐주는 기껏 한나절 외출한 밖에서도 아이들 신경 쓰느라 전전긍긍했던 아내에게 어제와 오늘은 참 귀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아이들 봐준 분들이 이명희 집사님과 안해용 목사님, 그리고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이삭 언니(& 누나)네 가정이었기 때문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분들. 우리보다, 우리 아이들을 더 귀하게 맡아주실 분들인 까닭이다. 


순일과 나만 있는 공간과 시간은 더없이 사치스러웠다. 무엇을 더 가져서가 아니라, 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린 충분히 행복했으니까. 순일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솔직한 진심을 나누었고, 더 깊이 사랑하기를 각오했다. 순일이 참 행복해보였다. 저녁에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 왔다. 하룻밤 사이에 더 사랑스러워진 아이들을 보았다. 집사님은 밤에 아내에게 전화주셔서 육아에 대한 세심한 상담과 격려를 해주신다. 행복했던 하루가 아름답게 저문다. 





순일과 함께 하느라 페이스북에 짧은 글 올리는 시간도 아까웠던

2012년 12월 27일과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12/28

순일과 외식하고, 서울시청 도서관에서 삼청동까지 거닐다가 따뜻한 찻집에서 가슴 속 이야기를 나눴다. 순일의 손을 잡고, 버스와 지하철도 타고 차갑지만 들뜬 겨울 거리를 걷기도 하면서, 요동치는 연애 시절 감성에 묻어간 하루였다. 둘이서만, 예지 낳고 처음이었다. 감사, 또 감사.


12/27

예지와 예서는 이명희 집사님과 이삭이에게 '납치'되어, 순일과 나만 덩그러니 남았다. 원래 내일 하루 아이들 봐주기로 하셨는데, 예고없이 저녁에 집에 오시더니 아이들을 데려가셨다. 오늘 저녁부터 내일까진 오직 우리 둘이서 시간을 보낸다. 아마 결혼하고 이런 호사는 처음인 것 같다. 이 빚은 어찌 갚아야 하나 싶다. 
  아내와 영화 "나우 이즈 굿"을 보았다. 시한부 딸을 떠나보내는 부모의 마음, 연인을 향한 남자친구의 마음, 누나를 향한 동생의 마음더러, "삶은 순간의 연속이다. 모든 순간이 끝을 향한 여정이다. 그냥 놔두면 된다."며, 남은 자들에게 당부하는 주인공 테사의 마지막 나레이션에 아내는 감동하여 훌쩍거린다. 테사 역의 다코타 패닝, 참 예쁘게 컸구나. 연기는 여전히, 참 잘한다. 이런,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씻고 잠시 휴식한 후, 두 번째 영화를 볼 생각이다. 이번엔 유쾌하고 즐거운 영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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