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약속이 여럿 잡혀 있었다. 오래 전 잡은 약속. 그리고 지난 주일에 잡힌 약속 하나 더. 오래 전 잡은 약속을 깜빡하고 잡은 두 번째 약속은,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취소했다. 그 와중에 출근 길에 만나자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물론 그에게도 사정을 말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런데 오래 전 잡은 약속은, 약속했던 그이가 깜빡했던 것 같다. 그도 다른 약속을 오늘 잡았던 것이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다음에 만나자고 했다. 그렇게 홀로 남은 점심 시간, 바람을 따라 홍대 거리를 거닐었다. "어반 자카파"의 노래를 들었다. 거리에 뒹구는 낙엽을 보았다. 외진 골목에 그려 넣은 벽화 하나, 저 마음 씀씀이가 쓸쓸했다. 놀이터에서 아이 하나가 엄마와 실갱이를 벌인다. 그를 우두커니 지켜보던 거리의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