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3

위태롭다, 그런데 그것이 희망이란다 (복음과상황, 130605)

복음과상황(2013년 7월호)_“독서선집” 위태롭다, 그런데 그것이 희망이란다 삶은 위태롭다. 의연하고 돌올했던 명분들과 날선 마음의 결기가 이리 쉽게 무너질지 몰랐다. 몸살을 앓았다. 몸살이란 영혼의 슬픔을 감당하는 육신의 고뇌가 아닐까, 생각했다. 나의 민낯은 대체로 초라하고, 가슴은 대체로 서럽다. 저마다의 울음을 간직한 책(혹은 외면한 채) 살아가다 어느 순간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직면하고 나서야, 추락을 경험하고 나서야, 격동에 처하고 나서야 자신의 비루함을 받아들인다. 정미경의 네 번째 소설집 에 실린 일곱 편의 작품들, 일곱 명의 주인공들은 어떤 사연에 휘말리며 겹겹이 싸두었던 자신의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하나같이 아프고 어둡고 쓸쓸하고 막막하고도 불안하다”(작가의 말, 280쪽..

'1980년 광주', 그들의 노래를 들으라 (오마이뉴스, 130518)

★ 이달의 당선작(리뷰)_2013년 5월★오마이뉴스에 30번째로 기고한 글입니다. '1980년 광주', 그들의 노래를 들으라[서평]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공선옥 지음|창비|2013년 4월) 나는 1995년, 강원도 춘천 102보충대에 입대하여 신병교육대에 배치되었다. 첫날 밤, 내가 속한 내부반 조교는 대뜸 전라도 놈들은 기립하라고 소리치며 머리를 박으라고 했다. 6주 훈련 동안 우리는 수시로 기합을 받았는데, 같은 말이라도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동료들은 조금 더 모질게 당했다. 제대를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문득, 전라도 사람들은 경상도 사람들과 달리 서울말을 곧잘 쓰는 것을 발견했다. 언젠가 광주 태생의 선배에게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내게 '넌 아직 광주를 모른다'며 웃었다. 쓸쓸한 웃음이었..

망각, 망실, 혹은 망명을 향한 무의식적 매혹 혹은 근원적 갈망

아마 "여행"과 관련된 서평을 써달라고 요청이 왔을 것입니다. 고민 없이 김연수와 제임스 휴스턴을 골랐습니다. 두 작가 모두 제가 흠모하는 이들이었죠. 그래서 글도 즐겁게 썼습니다. 다만, 원고를 받은 편집인이 제목이 좀 난해하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읽어보니, 내용도 좀 그렇네요. 보통, 마음이 많이 들어간 글이 종종 일반 독자들에겐 난해하게 읽힙니다. 독자를 위한 글이 아니라, 제 자신을 위한 글인 까닭이죠. 아무튼, 글을 썼던 당시엔 도통 바빠서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유로운데 도리어 밥벌이에 대한 불안감으로 쉬이 떠나지 못하는 제 자신을 봅니다. 느닷없이, 여행을 떠나고픈 간절함에 잠못 이루는 새벽입니다. 2013/01/17 04:33 소리(2009년 12월호) ..

기고_/대학가_ 2009.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