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북도, 북소리 없는 연휴를 보냈다. 인제 내린천 계곡에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들과 꿈 같은 가을을 보냈고, 주일 예배에선 가슴을 뜨겁게 아우르는 환희와 분노를 만났다. 여행 중에 읽을 책을 습관처럼 두어 권 챙겼으나 꺼내지 않았으며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텍스트는 내내 그곳에 있었으니까. 읽을 필요가 없는, 보고 느끼고 누리면 되는, 그것으로도 흡족한 풍요로운 텍스트가 있었으니까. 책의 당위를 말하고 다니던 시절에 부끄러움이 스치는 요즘이다. 그리고 다시 출근길 읽은 책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갔다."(한강, , 169쪽) '가혹'이란 단어에서 "nothing is as mysterio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