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소금 2013년 12월호 엄혹한 슬픔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삶은 결코 비극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스무 살 예지에게,[각주:1] 1979년 4월 3일, 아버지가 암으로 소천(召天)하셨습니다. 저의 아버지, 그대의 할아버지였지요. 저의 나이가 여섯 살이었으니, 지금의 그대보다 한 살 어렸을 때입니다. 아버지가 투병하시던 그즈음, 집에는 친척들의 발걸음이 잦았고 어머니는 종종 소리 내어 우는 누나를 달래곤 하셨지요. 전 아버지의 냄새가, 가래 끓는 소리로 탁하게 갈라진 낮고 굵은 목소리가 싫었습니다. 담배 냄새 절은 삼촌들이 얼굴을 비비대는 것도 싫었습니다. 집 앞 골목에서 세발자전거를 타다가 아버지의 죽음을 들었습니다.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비명처럼 들렸습니다. 뭔지 모를 해방감에 잠시 기뻐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