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예지가 아빠에게 메일을 썼다. 이메일 계정을 만들어 주었는데, 제대로 된 첫 번째 메일을 아빠에게 보낸 것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을 거의 금지하고 있는 까닭에, 다른 아이들보다 한참 느리다. 여섯 줄 메일을 쓰는데 더듬더듬 독수리 타법으로 거의 30분이 걸렸다. 그러나 느린 걸음에 더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누리고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교회를 갈지 물으며 "두근두근 아빠의 선택은?"하고 덧붙이는 센스도 감동이고, 집안의 권력 서열을 제대로 숙지하고 '모르면 엄마한테 물어보고 알려 달라'는 그 눈치도 감동이고, "아빠 사랑해!"로 맺는 그 마음도 감동이다. 이제, 답장을 써야겠다. 고맙다,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