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니에게, '그럭저럭' 그리고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입장'이란 표현이 걸리는구나. 내가 연곤의 나이 정도를 지날 때 가졌던 안타까움이 생각난다. 내 삶이 나의 의도와 열정대로 되지 않을 때, 그런 막막함과 맞물리는 일상의 평온함(조금은 피상적 표현일 수 밖에 없지만)은 세상을, 삶을 그리스도인이란 또 다른 표지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자로서 갖게되는 안타까움. 더 나아가 죄책감. 그러나 오늘, 다시 연곤의 메일을 읽으며, 난데없이 김훈이 종종 쓰는 '난감하다'라는 표현이 생각난다. 김훈의 그 표현에도 역시 '막막함'을 읽을 수 있지만, 그는 단순히 거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삶의 진정성을 담아내는 것을 본다. 진정성이란, 현실의 막막함과 부딪히는 자아 깊은 곳의 고민과 안타까움을 발견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