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버스를 탄다. 천천히, 그러나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 책을 보는 것조차 사치스럽다. 어지럽게 파장을 그리며 사라지는 라디오 소리, 아침부터 피곤한 사람들의 짧은 한숨, 재잘거리는 교복 무리들을 응시하며, 내리는 문이 철커덕 열릴 때마다 살며시 내 얼굴에 닿는 바람을 읊조린다. 밤새 내 옆에서 자신의 존재를 한껏 시위하던 두 놈들이 벌써부터 그립고, 이른 아침 잠결에 인사하고 나온 순일을 안아주고 나올 걸 하는 후회가 가슴 속에서 소란하다. 늘 그 자리에 있었던 아침 같으나, 늘 새로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