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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에서부터 헬렌 니어링까지

Soli_ 2011. 11. 6. 23:07

서경식에서부터 헬렌 니어링까지

대학가 2011년 7월호 책 소개



책에서 길을 찾다. 그 길 위에서 내 자신을 만나다. _소년의 눈물 (서경식/ 돌베개) 

민족의 언어를 잃어버리고 일본어를 모어(母語)로 사용하는, 그리하여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린, “언어의 감옥” 속에 갇혀 살았던 재일 조선인 지식인 서경식 선생의 독서 비망록. 사실 우리도 그만큼은 아닐지라도, 저마다의 존재감을 상실한 채, ‘강요되어진 어떤 존재’로 자라간다. 그의 자의식, 세상과의 불화 혹은 저항, 위태로운 순응의 길, 위선과의 단호한 맞섬, 그리고 아픔의 흔적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도 ‘그 길’ 위에 있음을 알게 된다.  


왜 그들은 망루에 올랐을까? _내가 살던 용산 (김성희, 김수박, 김홍모 외/보리) 

살기 위해 망루에 오를 수 밖에 없었던 이들 중 일부는 죽었고, 일부는 죄인이 되어 감옥에 갇혔다. 험악하게 살았던 이들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했던 소시민들이었다.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동네 골목에서, 시장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아직도 저마다의 ‘망루’에 오르는 이들이 있다. 목숨을 걸어 가족을 살리려는 이 아이러니와 함께 오늘도 우리는 살아간다. 


인문학적 비전, 무능을 급진화하라! _동무론; 인문 연대의 미래 형식 (김영민/ 한겨레)

“예수의 무능이 로마의 유능을 포섭했듯… 속절없는 무능은 오히려 타락한 현재와 세속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비판적 풍경이 될 수 있다.” 인문의 무능은 때로 급진적이어서, 온갖 유능에게 상처와 균열을 입힌다. 이것이 바로 세상을 바꾸어내는 전복, 어쩌면 그것을 위한 유일한 역동일 것이다. 


‘전태일의 비극’은 여전히 유효하나, ‘전태일 정신’은 점점 요원해진다. _전태일 평전 (조영래 지음/ 아름다운 전태일)

97년 군 제대를 6개월 앞두고 이 책을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이 불온서적이라는 이유로 소지품 검사에 걸렸다. 결국 난 ‘완전군장’을 하고 연병장을 돌고 또 돌아야만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이 책은 종종 사회를 혼란케 하는 ‘불온서적’으로 분류되고는 한다. 온갖 불의로 가득한 세상을 훼방케 하는 ‘불온함’의 원조는 사실, 예수이셨다. 이 책이 더 이상 읽히지 않는 나라를 꿈꾼다. 


집권 자체가 과연 진보의 목표일 수 있는가? _진보 집권 플랜 (오연호, 조국 지음/ 오마이북)

오연호의 질문과 조국의 답변을 따라가다 보면, 대부분 정답을 얘기하고 있고 가야 할 바를 비교적 정확히 짚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뭔가 허전하고 채워지지 않는 질문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진보의 목표가 ‘집권’에 있을 때, 목표를 달성하면 과연 우리 나라는 진보할 수 있겠는가? 이들이 말하는 ‘가치’들이 얼마만큼, 이 땅에 정의와 평화를 실현시킬 현실적 대안으로 구체화될 수 있겠는가? ‘진보’는 과연 프로그램으로 성취될 수 있는 것인가? 난 아직 이 질문에 대해 답변을 듣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답변은 우리 몫일게다.    


도대체 어디까지, 언제까지 그들과 ‘함께’ 갈 것인가? _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는 길 (신영복/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아직도 그는 ‘간첩’이었던 과거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반성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그들이 꼴 보기 싫더라도 ‘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빨리 가는 것보다 느리더라도 ‘함께’ 가는 것이 소중하다고 말한다. ‘신영복’을 보여주는 책 중에 가장 쉽다. 물론 그처럼 사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에 하나이겠지만.   


진리를 품고 사는 사람의 올곧은 용기! _나에게 컴퓨터는 필요 없다 (웬델 베리/양문) 

그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가 신념을 어떻게 살아내는지, 그 냉철한 열정과 곧은 논리를 읽으라. 특히 모든 자본주의적 논리와 전쟁 논리에 단호히 반대하는 그의 신념을 대할 때, 우리 자신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완득’이와 ‘똥주’의 교회가 우리의 교회였음 좋겠다! _완득이 (김려령/창비)

킥킥대며 읽다 울게 만드는 못된 소설이다. 그런데 어쩌면 그건, 소설이 그렇다기보단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이 못됐기 때문이다. 장애인, 이주 노동자 문제, 가난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제에 맞서 명랑 버전의 완득이의 ‘똘끼’가 우리를 한껏 감동시킨다. 우석훈의 책처럼, 명랑 버전의 투쟁이 필요한 시대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진단다. 대박 기원!


삶을 설명하는 데는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_청춘의 문장들 (김연수/마음산책)

저마다 가슴에 오랜 그리움을 하나씩은 가지고 산다. 그것이 첫 사랑이건, 무엇이 되고 싶다는 장래 희망이건, 이루어내지 못했던 그 무엇이건, 저마다 그것을 향한 그리움을 품고 산다. 잊혀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리움을 다시 꺼내어 마주할 용기가 없을 뿐. 그런데 책을 읽다가, 노래를 듣다가, 대화를 하다가 불현듯, 운명처럼, 내 오랜 그리움과 조우하는 ‘문장’과 만난다. 그렇게 내 청춘은 다시 앓는다. 그리고 스스로 살아있음을 깨닫는다.  


내 한 줌 목숨보다 소중한 딸 ‘예지’에게 _김예슬 선언 (김예슬/느린걸음)

그가 대학 게시판에 걸어놓았다던 대자보를 읽으며 한편으론 환호했으나 의심했고, 회의했고, 우려했다. 그리고 얼마 후, 출간된 이 작은 책자를 읽으며, 처음 가졌던 나의 환호를 책망했으며, 나의 의심과 회의를 거두었으며, 그를 향한 나의 우려는 위로를 받았다. 책의 서두에 다음과 같이 써놓았다. “내 한 줌 목숨보다 소중한 딸 ‘예지’가 언젠가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2010. 4. 19”.   


결국 “이야기”가 우리를 구원한다. _천년 동안 백만 마일 (도널드 밀러/IVP)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만 같은 나의 일상을, 힘겹게 버텨내는 나의 밥벌이, 혹은 생존에의 버거움, 혹은 관계들, 결국 온갖 변명으로 관철되는 나의 비겁함을 어찌할 것인가. 가슴 속 숨겨놓았던 그리움은 무엇으로 구원받을 수 있는가? 일상의 행간과 여백 속에, 우리 인생의 수많은 갈피 속에, 이미 흐르고 있는 “그분과의 이야기”가 결국 우리를 구원해낼 것이다.   


피터슨의 ‘목회 회고록’을 대학가에서 추천하는 이유? _유진 피터슨_ 부르심을 따라 걸어온 나의 순례길 (유진 피터슨 지음/ IVP)

“한걸음 한걸음이 도착이다.” 시인 레버토프를 인용하며 피터슨은 덧붙인다.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 지도 모르는 채 내딛는 나의 걸음 하나하나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가 되어, 일관된 삶과 소명이라는 나의 도착점에 조용히 그리고 서서히 통합되었던 것이다.”라고. 우리도 그러하다. 생존 자체를 불안해하며 살아가지만, 피터슨은 부르심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기를 권면한다. 그러할 때, 피터슨 인생 전체를 수놓았던 놀라운 이야기들이, 우리에게도 펼쳐질 것이다.   


나의 칼빈주의가 너무 작다고? _칼빈주의와 사랑에 빠진 젊은이에게 보내는 편지 (제임스 스미스/새물결플러스)

아니다. 난 칼빈주의자가 아니다. 칼빈에게서 시작했으나, 칼빈에게서 떠난 지 오래다. 솔직히 말해, 내가 싫었던 건, 칼빈주의자들의 행태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은 개혁주의 전통의 신학적 핵심을 유지하면서도, 본질을 놓치지 않는다. 본질은 때로 이미 굳어진 관습과 편견(어쩌면 ‘교리’라는 이름의!)을 불편하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불편하다면,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스스로를 칼빈주의자가 아니라고 고집했던 ‘나의 칼빈주의’가 너무 작았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본다. 


불편해도 행복한 까닭에! _얼마나 좋은가 한 데 모여 사는 것 (이종연/올리브)

사실 난 혼자인 게 편했다. 서점에도, 극장에도, 밥 먹는 것도(식당은 혼자 못 간다), 쇼핑도, 노는 것도 혼자 하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교회는 좋은데, 공동체는 꺼려졌다. 얼마 전까지 그랬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가족이 생기고, 좋은 교회를 만나니, 다소 불편할지언정(맞다, 공동체는 확실히 불편하다!), 그들과 함께 있는 즐거움을 배워간다. 그렇게 조금씩 변해간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공동체’를 흠모하기까지 한다. 큰일이다.      


난 사실 평생 싱글로 살고 싶었다! _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보리)

지금은 절판이 된 <싱글의 미학>(IVP)과 존 스토트 전기를 읽으며, 한때, 나도 평생 싱글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다. 그 다짐은 꽤나 공고했다(‘여자친구’가 있었음에도!). 이는, 보다 자유로우면서도 무언가를 덜 책임지고 싶은 욕구, 무언가를 더욱 크게 성취할 수 있다는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 최초의 결심은 무참히 깨지고야 말았다. 함께할 때 더욱 자유로워 질 수 있으며, 좀더 의미 있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으며,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음을, 니어링 부부를 보며 배웠기 때문이다.            


김진형_ IVP 영업마케팅부 부장. 로이드 존스를 읽으며 회심하고 아브라함 J. 헤셀을 읽으며 인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C. S. 루이스를 읽으며 깊은 안식을 경험한 그는, 오늘도 열심히 사람과 더불어 책으로 소통하는 기쁨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