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 113

"하루는 귀한 일생입니다" (빛과소금, 130605)

★ 7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예지’는 지금 일곱 살인 저의 첫째 딸 이름입니다. 훗날 ‘청년 예지’에게 전하고 싶은 일상 영성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앞으로 우정, 사랑, 상처, 교회, 공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쓸 예정입니다. "하루는 귀한 일생입니다" 스무 살 예지에게, 몇 해 전, 아내에게 장미선인장을 선물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조금씩 시들더니 목숨을 다했지요. 아니, 그렇게 보였어요. 그런데 올해 봄이 시작하던 즈음, 아내가 베란다 창틀에서 새끼손가락 손톱 만한 장미선인장이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장미선인장 화분이 놓여 있던 자리, 어미에게서 떨궈진 생명이었을 것입니다. 일 년 넘게, 겨우내 겨울바람에 맞서 살아난 생명이었습니다. 아내가 조그마한 유리 찻잔에..

잠시 바람이 되어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임진각 평화누리에 다녀왔습니다. 예서는 바람에 날려갈까봐 무섭다고 아빠 곁에 붙어 있었고 예지는 바람개비 사이로 요정이 되어 거닐었으며 아내는 아이들이 팽개 연을 하늘에 띄우며 잠시 쉬었습니다. 그리고 전, 그들 속에서 잠시 바람이 되어 예서에게 장난을 걸고, 예지의 마법을 돕고, 아내의 쉼이 되고 싶었지요. 그렇고 그런, 바람 부는 오후였습니다.

霓至園_/rainbow_ 2013.05.01

파란 하늘 아래 봄을 상상하던 아이들

시린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불었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파란 하늘 아래 봄의 상상력을 한껏 즐기더군요. 3월 마지막 주, 아이들과 함께 호수공원에서 담았던 사진을 이제서야 정리합니다. 예지는 나뭇가지에서 움트는 생명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살핍니다. 놀이터 옆 강아지 벤치입니다. 예서는 처음에 겁을 내더니 누나 따라 용기를 내어 강아지 등에 올라탑니다.그러고는, 아빠, 강아지 집에 데려가자요, 합니다. 철봉에 매달아 예서 고문하기.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했습니다. 아빠는 늘 술래인데다가, 빨리 찾으면 혼나기까지 합니다. 호수공원에 있는 선인장연구소에 갔습니다. 예서는 선인장더러 괴물이랍니다. 예지는 바위 위에 누워 하늘을 보고 저리 행복해 합니다. 아빠, 바위가 따뜻해요. 아빠도 누워 봐요, 합니다...

霓至園_/rainbow_ 2013.04.16

아이들과 정발산에 오르다

아이들과 정발산에 올랐습니다. 일산에 이사온 지 7년이 되었는데, 가족들과는 처음입니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이, 게으른 우리를 추동하여 겨우내 건실한 봄빛을 품어낸 흙땅을 걷게 하였습니다. 마두도서관에서 점심을 먹고 500미터 즈음 올라 정발산 정상에 자리잡은 평심대까지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은 뛰다 걷다 쉼없이 봄을 즐겼습니다. "넓이는 63만 7164.2㎡이다. 일산 신시가지에서 가장 높은 정발산(鼎鉢山:88m)에 조성되었다. 산 이름은 솥이나 주발처럼 넓적하다고 해서 붙여졌다. 2년에 한 번씩 음력 3월에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도당굿을 올린다. 산 전체가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어느 방향에서나 정상까지 산책로가 나 있다. 총 8개로(路) 3.34㎞에 이른다. 숲이 깊고 우거져 꿩과 다람쥐·올빼미·오소..

霓至園_/rainbow_ 2013.03.18

오늘은 너희들에게 문경화의 시를 읽어 주고 싶다

봄이 왔다고 하여 산책을 갔는데, 아, 너무 추웠어요. 엄마, 아빠는 아이들이 감기라도 걸릴까봐 다시 집에 가자 했지만, 아이들은 아이들로 인해 이미 봄이네요. 예지는 포즈라도 잡아주지만, 예서는 넓은 광장을 보자마자 뛰기 시작합니다.얼마나 저리 뛰고 싶었을까요. 경계 속에 갇혀 사느라 그간 답답했던 거지요. 아이들은 흙땅이 너무 좋습니다. 이미 겨울을 깨치고 싹을 돋아내는 생명들이 있으니까요. 언제부터 흙땅을 밟는 것이 이리 귀한 일이 되었을까요. 저 안에 숲의 요정이 살고있다 하니까, 저리 열심히 찾습니다.(^^) 오늘 너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가 있어. 문경화 시인의 "북한산"이란 시란다. 숲 속 나무들의 간격은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숲을 채운 여백 사이로바람은 소리를 만들고, 향기를 만들고 사랑..

霓至園_/rainbow_ 2013.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