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_ 120

그대의 아이는 인류의 희망이다 (오마이뉴스, 130529)

★오마이뉴스에 33번째 기고한 글이며(오름), "아내와 딸도 없는 여성의 몰살, 끔찍한 일이다"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link). 그대의 아이는 인류의 희망이다 [서평] (마라 비슨달 지음|박우정 옮김|현암사 펴냄 |2013년 4월|1만8000원) 인류의 역사는 대개 남성의 역사였다. 일부 여성의 탁월한 활약이 돋보일 때도 있었으나 오래 가지 않았다. 남성은 힘의 우위로 권력을 독점했고, 사실상 여성을 지배하고 억압했다. 근현대에 이르러 원시적 힘이 아닌, 자본이 권력의 핵심이 되었으나 남성의 시대는 여전히 공고하다. 우리나라는 그 전형적 표본이다.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으나 한국의 여성은 사회적 약자로 존재한다. 여성학자 정희진의 비판 대로, '일부' 여성의 사회적 진출은 남성 문화의 선택 사항일 때가 ..

물질 세계에서 그리스도인이 사는 법 (큐티진, 130429)

★큐티진 2013년 6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주제는 '물질에 관한 추천도서'였고 독자 대상은 기독교인이었습니다. 가장 큰 비중으로 양낙흥 교수의 를 추천했습니다. 저는 사실, IVP에 있을 때부터 이 책에 대한 적지 않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물론 이 책은 좋은 책입니다. 특히 이 책은 2012년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국내부분 우수상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질세계를 사는 그리스도인'이 첫 번째로 읽어야 할 책으론 '적당'할 듯 싶었습니다. 다만 저의 사적 불만을, 다른 두 권의 책으로 만회하고자 했습니다. 자끄 엘륄과 김찬호의 책입니다. 서평에선 적은 비중으로 소개했지만, 저의 '사심'은 이 책들에 좀 더 있답니다. 물질 세계에서 그리스도인이 사는 법 깨끗한 부자 가난한 ..

기고_/큐티진_ 2013.05.28

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되면 좋겠습니다 (오마이뉴스, 130523)

★오마이뉴스에 32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실패한 대통령'의 진심... 그대로 느껴지나요?"란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되면 좋겠습니다[서평] (이백만 지음|바다출판사 펴냄|2013년 5월) 2009년 5월 23일 오전, 서해의 작은섬 덕적도는 고요했다. 봄의 햇살은 바다와 땅의 경계를 허물며 단단한 빛깔로 반짝였다가 사라졌다.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여행의 막바지 여흥을 즐기던 토요일 아침이었다. 그때, 다급한 전화가 울렸다. 내 핸드폰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핸드폰에도 거의 동시에. 불길함을 예감하며 받던 전화 너머로 노무현 전(前)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소식을, 각기 다른 이들이 거의 비슷한 목소리로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 뜨거운 슬픔이 나라를 장악했다. 가슴을 여미던 슬픔은 ..

스테판 에셀, 죽음도 차마 멈추지 못한 진보의 꿈 (오마이뉴스, 130521)

★ 선정작_2013년 5월 ★오마이뉴스에 31번째로 기고한 글입니다. 스테판 에셀, 죽음도 차마 멈추지 못한 진보의 꿈[서평] 낭만적인 레지스탕스의 마지막 책 (스테판 에셀 지음│목수정 옮김│문학동네 펴냄│2013년 4월│1만4천500원) 발터 벤야민은 진보를 '태양을 향하여 얼굴을 쳐드는 꽃들'과 '천국에서 불어오는 폭풍'에 비유한 적이 있다. 태양을 향하여 자신의 은밀한 시선을 고집하는 향일성(向日性)과 천사의 날개를 꼼짝달싹 못하게 하여 마침내 미래로 떠밀어내는 거대한 폭풍에 순응하는 일은, 진보주의자의 사명과도 관련이 있다. 그런 면에서, 자본의 폭력에 맞서 더 나은 세상을 꿈꾸하고 호소하던 '낭만적인 레지스탕스' 스테판 에셀은 우리 시대의 가장 바람직한 진보주의자의 전형에 가깝다. 2010년, ..

'1980년 광주', 그들의 노래를 들으라 (오마이뉴스, 130518)

★ 이달의 당선작(리뷰)_2013년 5월★오마이뉴스에 30번째로 기고한 글입니다. '1980년 광주', 그들의 노래를 들으라[서평]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공선옥 지음|창비|2013년 4월) 나는 1995년, 강원도 춘천 102보충대에 입대하여 신병교육대에 배치되었다. 첫날 밤, 내가 속한 내부반 조교는 대뜸 전라도 놈들은 기립하라고 소리치며 머리를 박으라고 했다. 6주 훈련 동안 우리는 수시로 기합을 받았는데, 같은 말이라도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동료들은 조금 더 모질게 당했다. 제대를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문득, 전라도 사람들은 경상도 사람들과 달리 서울말을 곧잘 쓰는 것을 발견했다. 언젠가 광주 태생의 선배에게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내게 '넌 아직 광주를 모른다'며 웃었다. 쓸쓸한 웃음이었..

천만 번 흔들리는 '불혹'에게 띄우는 편지(오마이뉴스, 130513)

★오마이뉴스에 29번째로 기고한 글입니다. 천만 번 흔들리는 '불혹'에게 띄우는 편지[서평] 항심(恒心)의 결기를 촉구하는 아포리즘의 향연 나의 '20년 지기' 택수에게, 우린 어스름한 어둠이 깔리면 좁디좁은 골방에 앉아 먼동이 터오던 새벽까지 함께하곤 했었지. 짐짓 호방한 목소리로 세상을 논하거나, 유치한 언사로 사랑을 고백하고 조롱하던 스물 언저리, 남루했지만 적어도 비루하진 않았던 그때. 영원할 것 같던 청춘의 치기는, 어느 덧 세월 앞에 추억이 되었네. 벌써 스무 해가 흘렀다. 공자는 '미혹되지 않는 마흔'을 "불혹(不惑)"이라 불렀는데, 어찌된 일인지 우린 가녀린 봄바람에서 쉬이 흔들리고, 한순간의 모함에도 가슴이 무너지는 세월을 산다.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성년이 된, 우리 '92학번'과 그 ..

거의 유일한 희망을 향한 '청춘'의 결기 혹은 위로 (오마이뉴스, 130508)

★오마이뉴스에 28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386'을 위시한 '좌파 꼰대'들에게 권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거의 유일한 희망을 향한 '청춘'의 결기 혹은 위로 [서평]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한윤형 지음│어크로스 펴냄│2013년 4월) '청년 논객'으로 불리는 한윤형의 책인데다 라는 제목마저 그렇게 읽힐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이 책의 독자가 꼭 '청년'일 필요는 없다. 청년 세대 담론의 중요성은, 부모 세대 혹은 386세대와의 비교 우위 때문이 아니다. 무엇보다 청년 세대는 '한국 사회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표층(表層)'이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등록금 문제와 청년 실업 문제는 그들만이 아니라 그들 부모 세대의 고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책은 이 시대에 도래한 '잉여의 비루함..

우리를 다독이는 반짝반짝 빛나는 희망 (편들고 싶은 사람-은수연 편, 복음과상황, 130406)

★복음과상황 2013년 5월호 “편들고 싶은 사람-은수연 편”으로 실었던 원고입니다. 실제 잡지에 실린 원고는 구성과 분량면에서 조금 다르고, 당연히 제 블로그의 글이 좀 더 깁니다. 우리를 다독이는 반짝반짝 빛나는 희망 의 저자 은수연 씨 엄밀히 말해, 그녀의 편을 들고자 만났으나 그녀가 우리의 편을 들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녀는 숱한 고통에 상처 입은 사람들을 보듬는다. 그녀를 보고 가슴속 깊은 상처를 꺼내 놓는다.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신음을 토한다. 지독한 슬픔, 혹은 두려움과 마주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마침내 용기를 내어 길을 걷는다. 그녀는 앞서 걷는 희망의 존재인 셈이다. 그녀는 우리나라 최초의 친족 성폭력 생존자 수기를 썼지만, 그녀를 희망의 지표로 삼는 사람..

죽음을 견뎌야만 이를 수 있는 '생존자'의 길 (오마이뉴스, 130502)

★오마이뉴스에 27번째로 기고한 글이며, "'여성=꽃'? 성폭력 양산하는 그 생각, 집어치우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죽음을 견뎌야만 이를 수 있는 생존자의 길 [서평] 꽃을 던지고 싶다_아동 성폭력 피해자로 산다는 것 (너울 지음│르네상스 펴냄│2013년 3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여자 '정혜'의 일상은 언뜻 단조롭고 평화로운 듯 보인다. 꽃이 놓인 식탁, 아파트 화단에서 주워온 고양이 한 마리가 노니는 풍경 속에 그녀는 홀로 외롭다. 어린시절 고모부에게 강간당한 '정혜'는 결혼하지만, 신혼여행에서 '첫 섹스'를 묻는 남편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결혼을 끝내고 만다. 고모부를 죽이는 것도 자신을 용납하는 것도, 그녀의 몫이 아니다. 어느 날 그녀에게도 사랑이 다가오지만, 그 사랑이 그녀의 오..

'공부의 길'을 숙고하다 (복음과상황, 130407)

복음과상황(2013년 5월호)_“독서선집” '공부의 길'을 숙고하다공부하는 삶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지음│이재만 옮김│유유│2012) 청춘의 커리큘럼 (이계삼 지음│한티재│2013) 기독교는 흔히 책의 종교라 불린다. 기독교인은 '그 책의 사람들'이어야 마땅하다. 식민 지배를 받던 이스라엘은 '그 책'의 예언을 소망으로 삼아 험난한 세월을 견뎌냈고, 마침내 이 땅에 오신 예수로 말미암아 초대교회는 그 책을 완성하고 확장하였다. ‘그 책’은 모든 사람에게로, 모든 학문적 영역으로, 모든 사회의 환희와 고통 속으로 확장되어야 마땅하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계승자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는 그 확장을, 지성인에게 주어진 고귀한 소명으로, 《공부하는 삶》이라는 격조 높은 제목으로 소개하고 권면한다. 먼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