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_ 120

내 맘대로 베스트셀러

대학가 2006년 12월호 방학&신년에 꼭 읽어야만 할 것 같은, '내 맘대로 베스트셀러' 김진형 간사 소명 (오스 기니스 저/ 홍병룡 역/ IVP 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만약 어떤 직업적 선택의 수준에서 다루어진다면, 우린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소명은, 하나님의 부르심은, 훨씬 근본적인 부분과 맞닿아있다. 오스 기니스는 말하기를, “소명이란, 하나님이 우리를 너무나 결정적으로 부르셨기에, 그분의 소환과 은혜에 응답하여 우리의 모든 존재, 우리의 모든 행위, 우리의 모든 소유가 헌신적으로 역동적으로 그분을 섬기는 데 투자된다는 진리다”라고 하였다. 누구에게나 소명은 존재한다. 그것을 발견하고 고백하며 받아들이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 두 번째 회심의 사건이었으며, ..

기고_/대학가_ 2006.12.01

함께 존재하는 은혜, 공동체 (장 바니에, <희망의 사람들>)

대학가(2006년 10월호), “따뜻한 공동체를 소망하는 이들에게” 함께 존재하는 은혜, 공동체 •희망의 사람들 라르슈/ 장 바니에 지음/ 홍성사 펴냄 김진형 간사 “우리가 부름 받은 그 길은, 숨겨진 우리의 가난함과 상처와 연약함을 발견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가난한 이들은 우리의 한계와 어두운 부분들과 근본적인 궁핍함을 보게 합니다”(26쪽). 또한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에게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그분이 숨어 계신 연약한 자와 가난한 자 사이로 그분을 따라가는 것이다”(30쪽). 라르슈 공동체를 설립한 장 바니에 신부의 고백이다. 정신지체 장애인 공동체 라르슈(L’Arche)는 프랑스의 트로즐리 브뢰이에서 1964년에 설립되어 현재 28개국에 103개 공동체로 확산되..

기고_/대학가_ 2006.09.29

때론 길을 나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박흥용, <호두나무 왼쪽 길로>)

대학가(2006년 9월호),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때론 길을 나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호두나무 왼쪽 길로(1-5권)/ 박흥용 지음/ 황매 펴냄 김진형 간사 누구에게나 ‘길’은 두려움이다. 그러나 미지의 영역 속에 숨겨진 그 무엇인가를 찾아낼 수 있다면, 길 위에 펼쳐질 곤하고 고독한 여정일지라도 그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길에 대한 감동을 고백하는 이는 대개, 인생의 의미를 찾은 사람일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작가 박흥용이 그런 사람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상복’도 박흥용을 닮아있다. 어렸을 적 돌아가신 아버지와 집을 뛰쳐나간 어머니의 부재 속에 홀로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와 함께 성장한 청년 상복은, 어느 날 자신의 운명을 평생 규정지을 것만 같았던 마을 언저..

기고_/대학가_ 2006.08.15

오늘 이곳에서 살아내야 할 진리, 그것을 가르쳐주신 교수님께(IVP 북뉴스 2006년 7-8월호)

2005년과 2006년에 걸쳐, IVP 북뉴스에 글을 연재한 적이 있다. 북뉴스는 사실 정체성이 모호했다. 자사 책을 소개하는 안내지이면서도 서평지의 역할을 일부 갖고 있었고, 나는 IVP 책을 중심으로 하되 다른 출판사 책을 일부 포함하여 소개하는 방식으로 썼다. 아무래도 IVP 책의 비중을 신경 쓸 수 밖에 없었고, 이 글 이후 연재를 그만 두었다(이후로 두 번 더 썼으나 IVP 30주년을 정리하는 글이었으므로, 원래 연재와는 다른 글로 생각했다. 연재를 그만 둔 이유는, IVP 북뉴스라는 매체의 한계와 맞닿아 있다). 아무튼, 난 이 글을 연재의 결론으로 썼다. 그 글을 다시 꺼내어 읽어본다. 글의 요지는, 신학을 그만 두고 문서사역을 선택한 나의 '변'이었다. 나에게 그토록 신학자의 길, 목회자의..

존재하는 것에의 행복, 그 푸르른 안식을 찾아 나서다 (공지영,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대학가 책 소개, “녹음의 안식” 존재하는 것에의 행복, 그 푸르른 안식을 찾아 나서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공지영 저/김영사 간) 김진형 간사 그녀에게 있어, 남아있는 최선의 선택은 자신의 영혼이 가진 오래된 갈망, 푸르른 안식을 찾아 떠나는 일이었다. 18년 동안 유물론자로 세상과 치열하게 부딪히며 살아왔고, 허기진 갈망을 냉소적인 언어로 풀어내었던 그녀. 몹시 피곤하여 지친, 회색 도시의 일상에서 그녀는 가끔씩 죽음에의 충동을 가졌다고 한다. 지옥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렇게 길을 잃었다고 한다. 80년대의 암울한 상처들은 그녀의 성공을 가능케 했던 문학적 모티브가 되었고, 또 그로 인해 눈부신 성공을 거둔 의식 있는 소설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지만 그녀의 가슴은 너무나 지쳐있었고 공허했다. ..

기고_/대학가_ 2006.06.06

'늦봄' 문익환을 만나자 (김형수, <문익환 평전> 외)

대학가(2006년 5-6월호), “시간 많은 봄날, 도전해보고 싶은 책” ‘늦봄’ 문익환을 만나자 『문익환 전집(12권)』(문익환 저/사계절 간)『문익환 평전』(김형수 저/실천문학사 간) 김진형 간사 아름다워야 할 우리의 봄날, 우리의 젊음은 무언가에 쏟아 부을 만한 가치를 필요로 한다. 젊음의 열정은 봄날의 감성 속에 그 무엇인가를 깊이 갈망한다. 그 갈망은 인생의 유희를 넘어 시대의 고민 속에, 그리스도의 피 묻은 복음 속에 갈 바를 찾아낸다. 내가 그랬다. 갈 길 잃은 젊음의 치기 어린 열정에 몸부림치던 94년 봄날, 지금은 절판되어 찾을 수 없는 문익환의 옥중서간집 『목메는 강산 가슴에 곱게 수놓으며』(사계절)를 읽던 감동은 아직도 선연히 남아있다. 그 뒤 『히브리 민중사』, 『꿈이 오는 새벽녘』..

기고_/대학가_ 2006.04.14

결혼은 본향을 향한 가장 깊은 갈망의 자리입니다(IVP 북뉴스 2006년 5-6월호)

IVP 북뉴스에 썼던 '사심' 가득한 글입니다. 결혼한 이듬해, 첫 아이를 유산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원고 마감을 하루 넘겨 단숨에 썼던 글입니다. 아직도 가끔 우리의 첫 아이 "현서"를 기억합니다. 특히 예지와 예서가 너무 사랑스러울 때, 그 아이 생각이 더 많이 납니다. 언젠가 그 아이를 만날 날이 있겠지요. 그때가 속히 왔으면, 특히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2013/01/12 IVP 북뉴스(2006년 5-6월호)_booker의 책 읽기 결혼은 본향을 향한 가장 깊은 갈망의 자리입니다 사랑하는 아내, 순일에게 결혼, 언약 그리고 완전한 연합에의 갈망: 폴 투르니에에서 리사 맥민까지 남용되지 않는 참된 비밀의 가치는, 친밀하고 깊은 하나됨의 은혜로 누리는 기쁨입니다. 당신과 나, 우..

좀더 긴 호흡 속에 인생은 의미를 찾는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대학가 책 소개, “시험기간, 지친 두뇌를 쉬게 하는” 좀더 긴 호흡 속에 인생은 의미를 찾는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돌베개) 김진형 간사 시험. 시선을 한 곳에 집중하여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은 특권이기도 하지만, 고통이기도 하다. 한편 그것은 유혹이 되기도 한다. 시험을 통해 학문을 굳건히 세워 나갈 수 있음은 분명한 특권이지만, 그것은 자칫 타인과의 비교 속에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픈 유혹이 되기도 한다. 몰입 이후, 그것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집착하는 것은 옹졸함이다. 물론 세상은 그러하지만, 우리 인생의 가치는 훨씬 더 고귀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그 의미는, 짧은 시간의 몰입이 아닌, 좀더 긴 호흡 속에 찾아지는 것이다. 좀더 긴 호흡, 그리고 사색. 존재를 가두어 철저하게 제한하는 ..

기고_/대학가_ 2006.03.14

시작, 부르심의 소망을 따라 (쉐퍼, <쉐퍼의 편지>)

대학가_시작의 때에 읽어야 할 책 시작, 부르심의 소망을 따라 (프란시스 쉐퍼, ) 김진형 간사 시작(始作). 시작은 언제나 때마다 주어지는 관성화된 반복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것은 한편 다시금 허락되는 특별한 은혜일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영원의 가치를 믿고 그것에 반응하는 삶은 산다면, 더욱 그 시작의 때는 ‘부르심의 소망’(엡 1:18)을 따라 곧은 의지로 살아가게 하는 은혜이다. 쉐퍼는 나의 이십 대 젊음을 치열하게 만들었던 스승이었다. 그의 저작들은 세상을 보는 창(窓)이었고 숱한 고민 속에서도 결국 부르심을 따르게 만들던 용기가 되었다. 지금에서야 쉐퍼를 때로 비판도 하며 그를 짐짓 폄하(?)하기도 하는 불순함을 범하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나의 애정은 각별하다. 이번에 출간된 “쉐퍼의 ..

기고_/대학가_ 2006.02.14

여정 (IVP 북뉴스 2005년 7-8월호)

IVP 북뉴스(2005년 7-8월호)_booker의 책 읽기 여정 나에게 있어 ‘책 읽기’는 진리와 맞닿은 안식에로의 여정이다. 에너퀸들러가 말한 대로, ‘책 읽기’ 그 너머엔 ‘자유 이상의 것’이 있다. 책 읽기는 그 자체로 다름 아닌 여정이다. 그 길 위로 펼쳐지는 진리에의 향수는 내 인생의 그리움이 되기도 한다. ‘책’에 대한 매니아적 집착은 때로 강렬한 유혹이 되기도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그것은 너무 재미없는 일이기에, 난 그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한 한가지는 책 읽기, 그 자체가 내 그리움의 여정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1. 진리. 그것은 움켜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펼쳐내는 것이다. 지금 내 손에 움켜진 진리가 때로 초라해 보여도 그것을 펼쳐낼 때에야 비로소 진리는 오래된 ‘불가지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