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존재하는 은혜, 공동체 (장 바니에, <희망의 사람들>)

대학가(2006년 10월호), “따뜻한 공동체를 소망하는 이들에게” 

함께 존재하는 은혜, 공동체 

•희망의 사람들 라르슈/ 장 바니에 지음/ 홍성사 펴냄

김진형 간사

“우리가 부름 받은 그 길은, 숨겨진 우리의 가난함과 상처와 연약함을 발견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가난한 이들은 우리의 한계와 어두운 부분들과 근본적인 궁핍함을 보게 합니다”(26쪽). 또한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에게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그분이 숨어 계신 연약한 자와 가난한 자 사이로 그분을 따라가는 것이다”(30쪽). 라르슈 공동체를 설립한 장 바니에 신부의 고백이다. 

정신지체 장애인 공동체 라르슈(L’Arche)는 프랑스의 트로즐리 브뢰이에서 1964년에 설립되어 현재 28개국에 103개 공동체로 확산되었다. 장 바니에는 사회에서 버림 받은 정신지체 장애인들과의 만남 속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발견했다. 그는 그들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더불어, 함께’의 가치는 공동체를 가능케 한다. 또한 저마다 가지고 있는 가난함, 상처, 연약함을 ‘그들’과 함께 이겨낸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 홀로 있어 나의 눈물이 내 가슴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울고 있을 내 가슴에 그분 그리움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그리워하시는 가난한 자, 내 연약한 가슴…. 진정한 희망이란, 내 가슴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던 고통의 근원과 마주하는 용기 속에서 시작된다. 희망의 공동체 라르슈에는 홀로 존재하는 사람이란 없다. 더불어 함께 존재하는 내 지체의 가슴에 맺혀 있는 눈물 속에 나의 연약함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와 내가 ‘지체’(肢體)임을 고백하게 된다. 공동체란 그렇게 서로를 향한 돌봄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의 존재는 서로에게 주어집니다. 우리는 서로간에 신뢰와 애정으로 연결됩니다. 이렇게 되는 순간이 바로 은혜의 순간입니다.”(98쪽) 

존재를 내어 주지 않는 한, 우리는 공동체를 이룰 수 없다. 내어 줌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섬김이며,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유일무이한 조건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공동체와 성장/ 장 바니에 지음/성바오로 펴냄

공동체 제자도/ 하인리히 아놀드 지음/쉴터 펴냄

세계의 예수 공동체/ 도날드 G. 블레쉬 지음/ 무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