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2006년 9월호),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때론 길을 나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호두나무 왼쪽 길로(1-5권)/ 박흥용 지음/ 황매 펴냄
김진형 간사
누구에게나 ‘길’은 두려움이다. 그러나 미지의 영역 속에 숨겨진 그 무엇인가를 찾아낼 수 있다면, 길 위에 펼쳐질 곤하고 고독한 여정일지라도 그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길에 대한 감동을 고백하는 이는 대개, 인생의 의미를 찾은 사람일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작가 박흥용이 그런 사람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상복’도 박흥용을 닮아있다.
어렸을 적 돌아가신 아버지와 집을 뛰쳐나간 어머니의 부재 속에 홀로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와 함께 성장한 청년 상복은, 어느 날 자신의 운명을 평생 규정지을 것만 같았던 마을 언저리 호두나무에 불을 지르고 정처 없는 여행을 감행한다. 그리고 이내 곧 자신의 운명과도 같은 존재, 하지만 아직은 미지의 인물인 ‘딸기’라고 불리는 이를 찾아 나서게 된다. ‘딸기’를 찾아나서는 여행 속에, 상복은 마침내 자신의 오래된 아픔이었던 ‘딸기’의 존재를 알게 되고, 또 그렇게 시대를 품고 사람을 품었던 빛 바랜 꿈을 만나게 된다. 여행 내내, 길 위에서 인생의 의미를 물었던, 회의했던 상복에게 그 빛 바랜 꿈은 앞으로 그가 살아야 할 인생의 의미가 되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마을 언저리 호두나무가 있던 터에서 상복은 이렇게 독백한다.
“이번 여행 중에 내 마음의 씨를 뿌려 싹을 틔게 해서 어느새 호두나무만하게 키워 온 것이 있다 이거지. 꿈…”(5권 226페이지)
때로는 오래된 상처를 딛고, 용기를 내어 길을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낯선 두려움을 극복할 때, 처음에는 두려웠던 ‘길’은 이내 흥미로운 모험이 될 것이다. 언제부턴가 박흥용의 작품 속에는 인생의 의미를 찾아나서는 구도자적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이 책의 5권 말미에 실려있는 저자의 인터뷰에서 박흥용은 그 이유를,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단어로 설명한다. 바로 ‘신앙’의 힘, 말이다.
ps. 참고로 이 책은 매우 재밌다. 더불어 한 가지만 더 말하면, 이 책은 만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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