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_/책_ 96

지도 두 가지! (<인문 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20세기 사상 지도>)

지난 주말, 나의 즐거움이 되어준 "지도" 두 가지. (이택광, 글항아리, 2010) 사실 이 책에 "가이드"란 제목은 무리다. 불친절하다(허나 책은 모름지기 불친절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저자 서문에 "이론은 근육이다"라고 밝혔듯이, 이 책은 싸이가 노래한대로 "사상이 울퉁불퉁"하기를 바라는 이들에겐 좋은 교과서가 될듯 싶다. "좌파"란 수식어가 불편하지만(인문 좌파와 정치적 좌파는 다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런 구분이 가능할까?), 결국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고 만다. '인문 좌파'란 김영민 교수와의 대화 중에 세운 개념이란다. 그것은 현재 한국의 진보개혁 세력에 속하는 기존의 지식인 유형과 다른 윤리와 실천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지점임을 분명히 한다. 이러한 포지셔닝은 매력적이나 충..

view_/책_ 2012.11.12

"평화" 북콘서트, 페이스북에 올린 단문들

_"평화" 북콘서트에 제주 강정에서 구럼비를 지키던 활동가들이 많이 오셨다. 아마 생명평화대행진에 참여했던 활동가들이 자리에 함께한 것일게다. 노래 손님 "목백일홍"이 "구럼비"란 제목의 노래를 부른다. 내 앞자리 활동가 한 분이 눈물을 훔친다. 난 저 마음을 잘 모르겠다. 저 속에 어떤 맺힌 것이 있는지, 전국을 돌고돌아 지친 저 육신들이 왜 여기에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지, 정말 난 그 아픈 마음을 다 알지 못하겠다. 그저 나도 따라 아프다. _동원 씨도 함께했다. 그래서 더 기쁘다. "목백일홍"이 "조율"을 부른다. 아. _강정은 평화 활동가들이 지키고 싸우고 잡혀갈테니, 그저 우리더러 와서 구경꾼이라도 되어달라고 간곡히 요청하신다. 그렇게 말하시며 다시 울먹이는 송강호 박사님. _"평화" 북콘서..

view_/책_ 2012.11.06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3부작

이 '반값'이다. "긍정"은 늘 '절반'만 믿어야 한다. 전에도 말했지만, 한국에 에런라이크 같은 사회비평가가 한 명쯤 있었으면 좋겠다. 사회 현상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비평할 뿐 아니라, 그 '현장'(그냥 현장이 아니라, 그 바닥!)에 뛰어드는 그의 '모험'은 가히 독보적이다(정말이지 을 읽으며 난 깜짝 놀랐다!). 또 그의 글은 얼마나 유쾌하고 명쾌하던가. 은 아직 읽지 않았지만, '배신' 3부작 중에선 이 아마도 그의 최고의 책이 아닐까 싶고 한국 독자들에겐 이 가장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즉 에런라이크와의 첫 만남을 위해선 이 책이 딱이다. 근데 절반 값이니 어서들 구입하시길! ※아래는 부키 블로그에 소개된 글(http://blog.bookie.co.kr/1002)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

view_/책_ 2012.11.05

공지영

나는, 공지영 작가는 이후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그 책은 다수의 문학 평론가에게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설사 그 책이 작가로서의 그의 '바닥'을 보여주었다고 하더라도, 이후 그의 작가적 행보는 더욱 빛을 발했다. 그는 대중과 싸우기보단 화해하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대중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스스로의 상처를 드러내는 일은, 정상의 위치에 있는 작가로서 쉬운 일이 아닐게다. 그럼에도 그는 거리낌이 없었다. 자존심 따위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이후, 그의 작가적 행보는 또 다른 전환기를 맞이할 거다. 이 신에 대한 사랑이라는 절대적 동력을 확보하는 전환이었다면, 는 사람에 대한 깊고 애달픈 사랑이라는 숭고한 동력을 확보하는 전환이었을 것이다. '작가 공지영'의 행보를 더욱 기대..

view_/책_ 2012.10.31

헌책방

몇 달 전, 신촌에 생긴 알라딘 헌책방을 가 보고선, 그래도 기존 헌책방들은 괜찮을 것 같았다. 알라딘 헌책방엔 신간 또는 기존의 베스트셀러가 많았고, 출판사들의 리퍼 도서 유통처로 보였다. 그런 까닭에, 알라딘은 기존 헌책방에 비해 종수가 현저히 미치지 못할 것이며, 이는 기존 헌책방 단골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기대는 낭만적이었던 것 같다. 현실은 훨씬 심각하다. 오늘 오후 신촌 지역에 있는 글벗, 숨어있는 책, 공씨책방 등을 두루 다녔다. 사장님들께 평안하신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한결같이 힘들다고 하소연하신다. 우선 책 매입이 힘들어졌다고 한다. 새로운 헌책의 매입량이 떨어지니 단골의 발길도 뜸해진다고 했다. 그리고 새로운 손님도 크게 줄었단다. 매출도 줄어 이제는 신..

view_/책_ 2012.10.30

김영민

동료의 추천으로 김영민 선생님의 글을 읽기 시작한 것이 작년 이즈음이었다. 그리고 일 년간 그의 작품은 거진 다 읽은 것 같다. '재야의 선생', 비록 그의 삶은 더욱 고달프겠으나, 그것이 그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차정식 교수님의 페이스북에서(Jungsik Cha) * 김영민 교수가 한신대를 스스로 그만두고 다시 재야의 선생으로 돌아갔다. 벌써 네 번째에 이르는 자발적 교수직 포기다. 애써 주선한 나로서는 서운한 일이지만 그게 그의 선택이라면 운명의 표정을 띠고 있으리라. 오지 않는 복음의 예언자로 나선 마당에 두려울 게 무엇이랴. 시인 윤동주의 변용된 팔복을 한 번 더 비틀어 윤동주가 채 다다르지 못한 사유의 한 지점을 가리키는 21세기의 잠언! 오지 않는 福音 감사받지 못한 마음은 복이 있나니..

view_/책_ 2012.10.29

송준, <시인 백석-1, 가난한 내가, 사슴을 안고>(흰당나귀, 2012)

"백석 시인의 시는 우리 모국어의 성채다."(10쪽) 마치 언젠가 최영미 시인이 기록했던 '시대의 우울'을, 그러나 쓸쓸한 언어가 아닌, 향토적이되 미려한 시어로 고독한 영혼의 로맨스를 노래했던 백석. 그는 가히 독보적이다. 시대에 묻힌 것이 아니라, 시대가 그를 아껴 감추어 두었던 것은 아닐까? 백석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었단다. 그러나 그의 언어는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숱한 역본으로, 그 원석은 세월이 지날 수록 더욱 정교히 재현된다. 평생 백석의 흔적을 찾아 헌신했던 송준 선생 덕분으로, 백석 평전이 완간되었다. 언젠가 오늘, 이 암울한 시대를 사는 우리의, 나의 가슴도 백석처럼 로맨스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평전을 읽으며 나의 낭만적 기대는 조금씩 무너져 가는 느낌이다. 로..

view_/책_ 2012.10.29

<정치하는 교회 투표하는 그리스도인>(새물결플러스, 2012) 독서 후기

1. 저자의 면면은 화려하나 짧은 시간 모은 원고라는 느낌을 너무 강하게 받는다. 일부 글은 좋다. 일부 글은 좋으나 새롭지 않다(그간 저자가, 또는 다른 이들이 했던 논지). 일부 글은 비약과 허점이 보인다. 2. "투표"를 내세운 책이 많이 팔리기를 기대했다면, 독자들을 너무 모르는 것이다. 투표를 위해 독서하기로 결정하는 독자는, 이미 이 책의 수준을 벗어난다. 대부분의 독자는 이미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였다. 부동층을 노린 것일까? 하지만 그들 가운데, '기독 지성'을 가진 이들은 너무 소수다. 무엇보다 IVP가 야심(?)차게 낸 의 실패를 참고했어야.(-_-) 3. 철저히 손해볼 생각을 하고, 책을 내놓았으면 어떠 했을까? (그랬다면 독자들에게 읍소하지 말고, 예전 [껍데기 목회자는 가라]와 ..

view_/책_ 2012.10.28

송강호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의 앞날개에 썼던 글입니다. 이 글을 쓰며 요동쳤던 그 감사의 마음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송강호 그는 평화의 사람이다. 평화사역에 생의 전부를 던졌기에, 늘 폭력과 불의의 땅에서 산다. 사단법인 개척자들의 설립자이자 대표로 르완다, 보스니아, 소말리아,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 반다아체, 카슈미르, 아이티 등에서 평화 활동가로 섬기면서 평화와 화해의 사역을 감당하였다. 전쟁과 분쟁, 재난 피해 자들의 고통과 함께하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열강에 맞서 약한 자들의 벗이 되어 전쟁의 참화를 막고,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가교를 만들고, 고아를 위한 집을 짓고, 아이들에게 평화 의 언어와 노래를 가르쳤다. 이를 위해, 개척자들은 현지에서 평화 학교를 운영하며 전 ..

view_/책_ 2012.10.09

<무신론의 심리학> 유감

폴 비츠의 을 흥미롭게 읽었던 독자로서, 이번 책에 대한 기대도 만만치 않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난 이 책이 상당히 불편하다. "결함 있는 아버지 가정"이란 전제가 무신론자의 심리적 토대가 된다는 전제는, 자칫 어떤 특정 샘플에 의존한 비약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는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아버지의 부재가 되려 신앙의 근거가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무신론자들에게 무례한 책이 아닌가 싶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4752250

view_/책_ 2012.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