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_/책_ 96

'완전 도서정가제'는 최소한의 합의이자 보루이어야 한다

모 매체로부터 최근의 도서정가제 논쟁 관련 글을 부탁받았는데, 여러 이유로 정중히 거절했다. 만약 썼다면 다음과 같은 논지로 썼을 것이다. 1. 도서정가제는 이미 오래된 출판계의 주요 담론이고, 충분한 숙의를 거친 담론이다. 2. 미국식 모델이 있고, 일본식 모델이 있을 것이다. 여러 면에서 단연 일본식 모델이 우리의 가야할 길이다. 3. 그럼에도 '출판계-서점(온라인/오프라인)-독자' 간의 합의는 성사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출판계와 온라인 서점간의 힘의 균형이 이미 오래 전에 깨졌고, 서점계 안에서도 온라인-오프라인 서점 간의 이해 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출판계와 서점 간을 중재할 '대표 독자 세력'은 부재하다(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4. 알라딘은 잘못했다. 그들은 독자를 앞세워 ..

view_/책_ 2013.01.24

오늘 처음 만난 책에 대한 인상 비평

오늘, "교회 2.0 워크숍" 북테이블에서 만난 책들, 그리고 간단 인상 비평 IVP 북테이블. 오랜만이다. 처음 만나는 책들을 나름 꼼꼼히 살폈다. ⓒ권순익 무엇보다 저자는, 책이 이리 나온 걸 알면 자존심 상해 할 것이다. ⓒ권순익 오랜만에 만난 용희 간사. 책을 향한 진심을 가진 몇 안되는 사내. ⓒ권순익 권순익 목사님, 감사합니다.^^ ⓒ권순익 (마르바 던, IVP, 2013) 실제로 보니까 예쁘더라. 하지만 실제로 보면, 가격이 너무 비싸 보이더라. (딜레마다. 실제로 봐야 예쁜데, 실제로 보면 무지 비싸 보인다.) 더듬더듬 읽었을 뿐이지만, 잘 읽힌다. 특히 경어체, 좋다! 그런데 제목은 던한테 양해를 구했는지 궁금하다("...이 책의 제목을 '내가 기독교 신앙을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창..

view_/책_ 2013.01.22

난 알라딘에 반대한다

도서정가제 강화에 반대하는, 알라딘에 반대한다 난 알라딘의 "플래티넘회원"이다. 무엇보다 그들의 책보는 안목이 좋았다. 타사이트보다 조금 비싸도 기꺼이 알라딘에서 샀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이지 실망이다. 책보는 안목도 그저 상품을 보는 안목일 뿐인가? 도서정가제가 강화되면, '예스24'-'교보문고'와 경쟁해야 하는 알라딘의 심정은 더욱 절박해지겠지.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면, 다수 독자들은 좋아할 거다(마치 매주 일요일에도 영업을 재개한 이마트를 내심 속으로 환영하는 사람들처럼). 그러나 알라딘의 차별화 전략이었던, 책을 좋아하는 열혈 독자는 잃게 될 것이다(어쩌면 나를 포함하여). 부디, 이번 일로, 알라딘이 좀 아팠으면, 그래서 손해도 좀 보았으면 좋겠구나. 그래서 책보는 안목 뿐만 아니라, 책을 사랑하..

view_/책_ 2013.01.19

<남자의 자리> 서평을 쓰기 위한 준비

1. 아니 에르노 "내게 중요한 것은,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생각할 때 썼던 그 단어들을 되찾는 일이다." 등단 초기부터 픽션을 거부한 아니 에르노는 역사적 경험과 개인적 체험을 혼합해 자신의 삶을 철저하게 해부해 왔다. 부모의 신분 상승을 그린 와 , 자신의 결혼(), 성과 사랑(, ), 주변 환경(, ), 낙태(), 어머니의 치매와 죽음(, ), 심지어 자신의 유방암 투병()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기억 속에서 집단의 기억을 복원하고, 개인성의 함정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노력'의 산물인 에르노의 작품은 자전(自傳)에 새로운 정의를 부여했다. '내면적인 것은 여전히, 그리고 항상 사회적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순수한 자아에 타인들, 법,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

view_/책_ 2013.01.18

<남자의 자리> 두 번째 읽기

"그를 멸시한 세계에 내가 속하게 되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의 가장 큰 자부심이요, 심지어는 그의 삶의 이유 자체였는지도 모르겠다."(아니 에르노, 127면) 두 번째, 읽었다. 작은 판형에 129면 밖에 안 되는 책. 처음엔 단숨에 읽었는데, 이번엔 자주 멈춰야 했다. 첫 번째 독서가 세월 넘어 유유히 흐르는 한 남자의 서사에 막막했다면, 오늘은 그 서사를 그저 관찰자 시점으로 응시해야 했던, 그러나 그 남자의 가장 중요한 존재였던 작가의 슬픔에 가슴이 울컥했다. "기억이 저항한다."(113면)"난 내 책의 결말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이제는 그것이 다가오고 있음을 안다."(114면)"내가 부유하고도 교양 있는 세계에 들어갈 때 그 문턱에 내려놓아야 했던 유산을 밝히는 작업을, 난 이제 이렇..

view_/책_ 2013.01.17

피터슨의 숨겨진 책

일전에 좋은씨앗에서 (Subversive Spirituality)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는 유진 피터슨의 책이 새로운 모습으로 포이에마에서 출간되었다. 피터슨의 속살을 엿볼 수 있는, 피터슨 애독자에겐 매우 반가운 책이다. 언젠가 "유진 피터슨 읽기"라는 글을 썼을 때, 많이 참고했던 책이기도 하다. 반가운 마음에 피터슨의 숨겨진 책 하나를 더 소개한다. 아마 유진 피터슨의 책은 딱 하나 빼고 모두 한국에 소개되었을 것이다. 소개되지 않은 책 하나는 (1996)이다. 피터슨 자신이 사랑하는 책에 대한 간단한 해설을 덧붙여 목록을 만든, '피터슨의 책을 위한 책' 혹은 '피터슨 도록'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제별 추천 도서를 소개하는데, 난 특히 고전과 문학 장르의 목록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피터슨..

view_/책_ 2013.01.11

'<한국어판 메시지> 유감'의 변

"복음과상황" 1월호에 에 대한 유감 부분에 대해, "복있는사람"의 편집자 님과 메일로 대화한 내용입니다. 0. "복음과상황"에 썼던 부분 이찬수, 김동호, 유기성 목사 등 보수적이면서도 합리적 성향의 목회자들의 설교집들이 강세였다. 이들은 현실에서의 실천적 영성, 즉 ‘그리스도인의 삶’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그런 면에서 ‘베스트셀러 ’는 조금 아쉽다. 는 ‘오늘의 언어로 해석된 성경’이다. 언어란 그 시대와 땅의 현실을 반영하는 컨텍스트로, 유진 피터슨은 ‘말씀/텍스트’를 오늘 이 땅의 현실 속에서 해석하고 적용하는 ‘메시지/컨텍스트’로 옮기고자 하였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 저자의 바람은 왜곡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저 는 쉬운 우리 말로 번역된 또 하나의 역본으로 환영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view_/책_ 2012.12.31

"종횡書해" 마감 하루 전

"복음과상황"에 서평 꼭지를 연재하기로 하고, 종일 어떤 책을 다룰까 고민하다 드디어 결정한다. 강력한 후보작은 -이었으나, 자칫 서평이 아니라 영화평 꼭지처럼 보일까봐 '급' 철회. 두 번째 후보작은, 연재의 시작 의미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하자는 생각에 을 쓰고자 했으나 어울리는 기독교 책을 찾기 힘들어서 포기(이 연재는 기독교 책과 일반 책 둘을 엮어 써달라는 요청이 있었으므로). 세 번째 후보작은 -을 엮어 기독교의 절망과 부패, 희망의 신비, 혁명의 모색 등을 테마로 써볼까 하였으나 박총 님이 을 추천하는 바람에 주춤. 결국 서평은 네 번째 후보작으로. 이 코너 이름은 "종횡書해". 이 제목의 저작권은 존경하는 옥명호 편집장님(Myoung-ho Ok)께 있음을 밝혀 둠. 그나저나 마감은 ..

view_/책_ 2012.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