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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도서정가제'는 최소한의 합의이자 보루이어야 한다

Soli_ 2013. 1. 24. 16:58

모 매체로부터 최근의 도서정가제 논쟁 관련 글을 부탁받았는데, 여러 이유로 정중히 거절했다. 

만약 썼다면 다음과 같은 논지로 썼을 것이다. 



1. 도서정가제는 이미 오래된 출판계의 주요 담론이고, 충분한 숙의를 거친 담론이다. 


2. 미국식 모델이 있고, 일본식 모델이 있을 것이다. 여러 면에서 단연 일본식 모델이 우리의 가야할 길이다. 


3. 그럼에도 '출판계-서점(온라인/오프라인)-독자' 간의 합의는 성사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출판계와 온라인 서점간의 힘의 균형이 이미 오래 전에 깨졌고, 서점계 안에서도 온라인-오프라인 서점 간의 이해 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출판계와 서점 간을 중재할 '대표 독자 세력'은 부재하다(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4. 알라딘은 잘못했다. 그들은 독자를 앞세워 국회를 압박했다(그렇다고 그 독자들이 대표 독자라고 할 수도 없다). 전형적인 이익단체의 수법이다. 


5. 그러나 알라딘만 욕할 수는 없다. 대다수의 출판사는 도서정가제를 이미 오래 전부터 그들 스스로 거스르고 있었다. 알라딘을 비판하고 출고정지한 출판사들 중 도서정가제의 본질 앞에 지금껏 정정당당한 길을 걸어온 출판사는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흔한 예로, 여러 출판사들이 직접 판매 부스를 운영하는 도서전에 가보라(그런 면에서 한결같은 비판 세력이었던 한기호 소장의 논지는 명분이 있다고 판단한다). 


6. 알라딘 나름의 독자 생태계 구성에 기여한 바를 인정해주어야 한다(설사 그것이 그들의 생존 수단이라 할지라도). 알라딘을 잃는다는 것은 출판생태계를 위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몇가지 부분에서 매우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므로(대표적으로 알라딘 중고서점의 운영 방식), 더 나은 알라딘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7. '완전 도서정가제'는 최소한의 합의이자 보루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출판생태계는 절대 살아나지 않을 것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