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시인의 시는 우리 모국어의 성채다."(10쪽) 마치 언젠가 최영미 시인이 기록했던 '시대의 우울'을, 그러나 쓸쓸한 언어가 아닌, 향토적이되 미려한 시어로 고독한 영혼의 로맨스를 노래했던 백석. 그는 가히 독보적이다. 시대에 묻힌 것이 아니라, 시대가 그를 아껴 감추어 두었던 것은 아닐까?
백석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었단다. 그러나 그의 언어는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숱한 역본으로, 그 원석은 세월이 지날 수록 더욱 정교히 재현된다. 평생 백석의 흔적을 찾아 헌신했던 송준 선생 덕분으로, 백석 평전이 완간되었다. 언젠가 오늘, 이 암울한 시대를 사는 우리의, 나의 가슴도 백석처럼 로맨스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
데, 이 평전을 읽으며 나의 낭만적 기대는 조금씩 무너져 가는 느낌이다. 로맨스를 간직한다는 것은, 어떤 앳된 욕망 너머 처절한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까, 하는 짐작 때문이다. 백석, 그를 쫓는 내 발걸음은 초조하나 더욱 간절해졌다.
너무 비싸 구입을 훗날로 미뤘던 백석 전집. 친구의 선물로 전집 1권을 받았다. 횡재했다, 여겼으나 아뿔사 재앙이 될 것 같다. 밤새 500쪽을 단숨에 읽었다. 오후에 2권을 사러 서점에 나가야겠다. 책을 선물한 이는 다음과 같이 면지에 적어주었다. 그도 이 책을 읽었던 것이 분명하다.
"해가 드는 흰 바람 벽에 기대 서 있고 싶은 늦가을이에요. 햇볕에 손이 데워지고 얼굴이 데워지고 온몸을 도는 따뜻한 피가 데워지겠지요..."
너무 비싸 구입을 훗날로 미뤘던 백석 전집. 친구의 선물로 전집 1권을 받았다. 횡재했다, 여겼으나 아뿔사 재앙이 될 것 같다. 밤새 500쪽을 단숨에 읽었다. 오후에 2권을 사러 서점에 나가야겠다. 책을 선물한 이는 다음과 같이 면지에 적어주었다. 그도 이 책을 읽었던 것이 분명하다.
"해가 드는 흰 바람 벽에 기대 서 있고 싶은 늦가을이에요. 햇볕에 손이 데워지고 얼굴이 데워지고 온몸을 도는 따뜻한 피가 데워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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