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_ 120

‘책 읽는 아이’보다 ‘책 읽는 부모’가 먼저입니다

★ 엄지혜 기자님과 서면 인터뷰한 원고입니다. “우리 가족은 이렇게 봅니다”라는 주제였고, 기사는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30025 ‘책 읽는 아이’보다 ‘책 읽는 부모’가 먼저입니다 1. 평소 아이들에게 책 추천을 해주는 편인가요? 어떻게 독서활동을 함께 하고 계신가요? 첫째 아이 예지는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열 살 딸이고, 막내 예서는 아직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일곱 살 아들입니다. 아이들의 독서는 아이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있는 아내가 거의 전담하고 있어요. 다만 저와 아내는 아이들 양육에 대한 목표는 정확히 일치해요. 저희는 가능한 한 아이들이 공부를 즐겁게 하길 바라죠.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대신 아이들이 동네도서관을 마음껏..

[스크랩] 띠지를 바라보는 출판인들의 생각

와의 인터뷰입니다. 저도 참여했네요. 엄지혜 기자님, 고맙습니다.http://ch.yes24.com/Article/View/28931?Ccode=000_008_001 책 띠지, 당신은 버리십니까? 모으십니까?띠지를 바라보는 출판인들의 생각 출판사는 고민한다. “이번 책에 띠지 해? 말아?” 대개 출판 마케터들은 “띠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 30만 원 안팎의 금액으로 책을 홍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글 | 엄지혜 사진 | 장호연 독자의 입장에서 ‘띠지’는 정말 ‘걸리적거리는’ 존재다. 책을 한 번에 부드럽게 넘기고 싶은데 마치 방해자인 것처럼, “너 이 책, 이렇게 읽어야 해! 이게 중요해”라고 훈수를 두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런데 간혹, 책의 한 부분처럼 읽히는 띠지들..

희망과 슬픔의 책들 사이에서(기획회의 395호)

기획회의 395호(2015년 6월 30일) 희망과 슬픔의 책들 사이에서 김진형(생각의힘 편집장) 명멸하는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길을 잃을 때가 있었고, 길을 잃어야만 닿을 수 있는 삶의 진실이 있었다. 간혹 이곳은 하나의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같다는 생각이다(또는 여러 가상현실을 동시에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페르소나의 욕망들이 발현하여 불의에 분노하고 정의를 부르짖으며 진실을 요구하지만, 정작 세상은 지독한 무관심과 이기심으로 슬픔의 사람들을 포위하고 겁박한다. 세상의 슬픔은 굳건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평온하다. 여성과 성소수자를 둘러싼 수많은 층위의 말들이 전위를 호령하지만, 가부장적 폭력을 일삼는 우리의 내면과 일상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대한 한나 아렌트의 통찰을 거..

행운을 빛나는 텍스트로 변주하다_한겨레출판 이기섭 대표 인터뷰(기획회의 391호)

기획회의 391호(2015.5.5)_ 한국의 출판기획자 2 ‘행운’을 빛나는 텍스트로 변주하다-한겨레출판 이기섭 대표 김진형 책담 편집장 soli0211@gmail.com 2014년 4월 이후, 이 땅의 봄은 소멸했다. 소멸하였으므로, 우린 지독한 슬픔을 앓는다. 이제 무엇으로 출판의 소명을 찾아야 하나, 그런 고민들이 휘몰아치던 세월호 1주기를 며칠 앞둔 어느 날, 한겨레출판 이기섭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그의 책상에 놓여 있던 한 권의 책을 보았다. 〈한겨레신문〉에 연재된 그림과 글로, 세월호에서 희생당한 단원고 아이들을 박재동 화백이 그렸고 거기에 가족들의 편지를 함께 엮은 책이다. 막 출간된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책이었다. 〈한겨레신문〉에서 이 연재가 시작할 때 무작정 신문사로 전..

애도와 멜랑꼴리의 경계선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위한 책(출판저널, 2015년 4월호)

2015년 4월호 이 달의 책 편집자 서평 애도와 멜랑꼴리의 경계선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위한 책 오늘, 우리는 우울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산다. 우리는 우울을 먹고 마시며, 애도가 일상이 된 나날들을 산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 (2014)의 여주인공 산드라도 우울을 앓는다. 우울증으로 병가를 낸 사이, 회사는 직원들의 투표를 거쳐 그녀의 해고를 결정한다. 직원들은 그녀 대신 보너스 1000유로의 보상을 받을 것이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안 그녀는 사장을 찾아가 다시 한 번 기회를 청한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재투표를 앞두고 1박2일 간 산드라는 동료를 찾아 집을 나선다(그래서 이 영화의 원제는 “Two Days One Night”이다). 산드라도, 동료들도 고달프다. 신자유주의 사회와 만성화된 경제 위기는..

기고_/etc_ 2015.04.16

<월간 퀸> 인터뷰

인터뷰_2015년 2월호 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른 살부터 출판사에서 일하기 시작하였고 첫 직장에서 삼십 대를 보냈어요. 그리고 두 번째 직장인 책담에서 일하고 있지요. 첫 직장에서 맡았던 업무 중 하나가 독서와 글쓰기 운동이었어요. ‘문서학교’를 맡아 독서와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하였고 여러 대학과 교회 등에서 독서 강의를 했습니다. 그래서 ‘문서운동가’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지요. 그 출판사를 그만두고 “예지원”(http://soli0211.tistory.com)이라는 블로그를 열었어요. 그간 썼던 서평과 에세이 등을 모았지요. 지금 다시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지만, 저의 정체성은 ‘문서운동가’에 여전히 가까운 것 같아요. 세상엔 너무 많은 책들이 존재하고 지금도 태어나지만, ..

기고_/etc_ 2015.01.13

다시, 책의 희망을 묻다(‘연재’의 맺음말, 혹은 ‘그럼에도 책 읽기’의 서문)

"복음과상황"에 2013년 2월부터 연재를 시작하여 모두 20편의 서평을 통해 28권의 책을 소개했습니다. 중간에 바쁘다는 핑계로 두 달에 한 번 연재로 바꾼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바쁘다는 것은 핑계였고, 글을 쓸 마음의 여백이 사라졌기 때문이었지요(바쁘다는 것과 삶의 여백이 없다는 것의 상관관계는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지난여름부터 연재를 그만두어야 하는 때를 생각했고, 결국 11월호가 마지막 연재가 되었습니다. 이로써 고정 연재하던 매체는 이제 없네요. 이 글은 몇몇 곳에서 했던 강의 제목이기도 했고, 모 출판사에서 제안받았던 책의 서문으로 썼던 것입니다. 원고지 50매 정도가 되는 글을 1/3로 줄인 것이지요. 그래서 부제가 "'연재'의 맺음말, 혹은 '그럼에도 책 읽기'의 서문"입니다...

‘죽음 자’의 희망 앞에 선 ‘산 자’의 절망 (복음과상황, 140913)

복음과상황(2014년 9월호)_“독서선집” ‘죽음 자’의 희망 앞에 선 ‘산 자’의 절망 ≪그의 슬픔과 기쁨≫(정혜윤 지음│후마니타스 펴냄│2014년 4월) 2009년 1월 9일, 쌍용자동차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노동자들은 신차 개발 자금 확보를 위해 자신들의 퇴직금을 담보로 1천억 원을 출자하겠다고 했고, 임금과 복지 삭감을 받겠다고 했고, 순환 무급 휴직도 먼저 제시했다. 그들이 원한 것은 하나였다. 고용을 보장해 달라는 것. 그러나 회사는 해고를 강행했다. 노동자들은 “해고는 살인이다. 함께 살자”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고 파업에 돌입했다. 해고자 명단에 오른 자들은 ‘죽은 자’로 불렸다. ‘죽은 자’들과, 그리고 동료들을 버리지 못해 함께 파업에 동참했던 소수의 ‘산 자’가 있었다(옥쇄파업 결행했..

상처 입은 예언자 헨리 나우웬

내 기억에, 헨리 나우웬은 21세기를 목전에 둔 시점에 개신교 독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소개되었다(물론 그의 책은 저작권과 상관없이 가톨릭 출판사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출간되었지만). 두란노를 시작으로, IVP와 좋은씨앗 등이 그의 책을 '남김 없이' 출간했다. 가톨릭 사제의 책이 보수적인 개신교 독자들에게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보일지는 출판사들도 놀랐을 것이다(개신교 진영에서 번역된 나우웬의 상당수의 책이 이미 가톨릭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했던 책이다). 그의 책 판매량이 정점에 달했을 때, 두란노는 을 출간하며 "헨리 나우웬은 보물입니다"라는 카피를 썼다. 그리고 그즈음 마이클 포드가 쓴 전기 (2003)이 두란노에서 출간되었다. 이 전기는 헨리 나우웬에 대한 가장 좋은 전기로 꼽힌다. 그러나 이 전기는 ..

기고_/etc_ 2014.10.01

담론과 서사의 빈곤으로 방황하는 기독교 출판 (기획회의 367호)

기획회의 367호_갈 길 잃은 종교서적 담론과 서사의 빈곤으로 방황하는 기독교 출판 김진형, 한솔수북 인문교양팀장 출판은 결국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욕망에 응답하는 것, 혹은 그 욕망에 대한 성찰이라고 할 수 있다. 욕망에 응답하는 것과 욕망을 숙고하는 것,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 출판이다. 편집자로서 난, 이 두 가지를 모두 욕망한다. 베스트셀러도 만들고 싶고,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책도 만들고 싶다. 베스트셀러 중에 물론 좋은 책들이 있겠지만, 모든 좋은 책들이 베스트셀러는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안 되는 출판 경험으로 보건데,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책’을 찾는 독자들도 굳건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들로부터 출판의 당위는 한껏 위로받는다. 기독교 출판계 대략의 흐름, 2000년대 이..